국내 메모리 반도체 유통업체들이 멀티레벨셀(MLC) 낸드플래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낸드플래시 업체와 거래관계에 있는 유통업체는 대리점 계약상 의무적으로 MLC를 할당받고 있지만 가격이 속락해 시간이 지날수록 손해가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국내시장은 아직 MLC 수요기반이 거의 형성돼 있지 않아 유통업체는 물량을 소진하지 못한 채 재고를 쌓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MLC 낸드플래시 마케팅을 강화해온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4분기 들어 국내 유통물량의 대부분을 MLC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업계가 MLC 국내 공급물량을 늘리는 이유는 싱글레벨셀(SLC) 위주로 형성돼 있는 국내시장 구조를 빠르게 MLC로 전환시키기 위한 것으로 3분기 50 대 50 정도였던 SLC와 MLC의 유통점 출하비중이 11월에는 MLC 90% 이상으로 바뀐 상태다.
이 때문에 국내 낸드플래시 유통업계는 소자업체에서 할당받은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실정이나 아직 국내 MP3 업계와 메모리카드 업계는 SLC를 기반으로 설계된 제품군이 대부분으로 MLC 대응 설계제품은 많지 않아 판로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더욱이 MLC 낸드플래시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는 추세여서 유통업계는 ‘제품을 받는 순간 밑지는’ 구조에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 메모리카드 제조업체 CEO는 “공식 유통경로에서 쏟아지는 MLC 낸드플래시뿐 아니라 최근에는 세트(완성품) 제조업체의 재고가 비공식 채널을 거쳐 벌크로 시장에 나돌고 있다”며 심각한 MLC 공급과잉 상태를 밝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유통업체는 소자업체와 거래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특정제품의 시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물건을 안 받겠다고 거부할 수 없다”며 “하지만 거의 밀어내기에 가까운 MLC 물량을 보면 지난 2004년 낸드 가격 폭락으로 대리점별로 수십억원씩 손해를 봤던 ‘낸드 쇼크’의 악몽이 되살아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시장전문가들은 공급은 많고 수요는 적은 현재의 상황이 몇달 만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 유통업계의 어려움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셀 하나에 다수의 비트를 저장하는 MLC와 하나의 비트를 저장하는 SLC로 나뉜다. MLC는 SLC에 비해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칩 크기를 약 35% 줄이면서 생산비용을 40% 절감할 수 있어 대용량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휴대형 기기 및 메모리카드용으로 확산되고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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