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IT산업 결산]디지털산업

올해 디지털산업계는 다수의 세계 최초·최고 기술 및 제품을 쏟아내며 의미있는 한 해를 장식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산업계는 호황을 바탕으로 사상 최고 수준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한국의 최고 핵심산업임을 재확인했다. 반면 LCD는 여전히 세계시장을 좌지우지하면서도, 시황악화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국내 전지업계는 소니의 리콜사태로, 가시적인 반사이익을 거두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품소재·산전업계는 올해 전반적으로 성장이 정체돼, 더 멀리 뛰기위해 웅크리는 한 해를 보냈다.

<반도체>

올해 반도체업계의 핵심 이슈는 단연 ‘투자’다. 특히 세계반도체업계의 투자는 주춤하는 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2달에 한 번 꼴로 투자계획을 추가 발표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인텔을 제지고 최대 반도체설비투자국이라는 이미지를 각인하며, 세계반도체시장을 주도했다.

기술적인 진보도 어느 해 보다 돋보였다. 삼성전자가 9월 발표한 40나노 32Gb 낸드플래시는 다시한번 ‘메모리신성장이론(황의 법칙)’을 실증하며 한국의 앞서 기술력을 과시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40나노벽을 깨기 위해 개발한 신개념 CTF(Charge Trap Flash)는 35년간 사용된 전통 낸드플래시 기술을 완벽하게 대체하며 나노반도체공정시대의 새로운 막을 열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중국 우시공장의 300㎚ 팹을 성공적으로 가동, 상계관세 등 통상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며 한국·중국·미국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하이닉스는 특히 올해 해외 조사기관에서 선정한 반도체업계 톱10에 이름을 올리면서, 국내 메모리 2사 모두 톱 10 진입에 성공했다. 또 세계반도체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만이가 업계 최고 이익율을 매분기 실현한 것도 주목할 만 하다.

반도체설계전문(팹리스)업계는 어느해보다 협력이 두드러졌던 해로 기록된다. DMB를 중심으로 통합 칩에 대한 시장 요구가 커지자 자체 개발보다는 전문 분야를 바탕으로 협력을 통해 빠르게 시장 요구에 대응하려고 했으며,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이러한 성과를 통해 당장 실현이 불가능한 M&A를 무리하게 주장하는 것 보다는 현실적인 협력을 통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도 했다. 피앤피네트워크와 에프씨아이, 넥실리온,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 등이 대표적 사례를 보여줬다.

또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도 성과로 평가된다. 모바일 TV 분야에 대한 RF 관련 기술력을 인정받아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는 미국 아날로그디바이스에 1억 6천만 달러에 매각됐으며, 황기수 코아로직 사장은 세계 팹리스 업체들의 협의회인 FSA의 아시아 태평양 리더십 위원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올해 디스플레이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지각변동이 심한 한해였다.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면서 업체별, 제품별 부침현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40인치 이상 대화면 TV 패널 증산과 판가인하 경쟁이 불붙으면서 매출은 커졌지만, 수익은 악화되는 출혈경쟁 양상도 빚어졌다.

패널간 경쟁에서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LPL)의 7세대 생산라인 본격 가동되면서 40인치대 LCD TV패널이 PDP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PDP진영은 판가 경쟁력을 상실한 40인치대 대신 50인치 이상 대형 패널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업체간 실적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난해 1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3∼5%로 둔화됐지만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42인치 TV패널 판매에 고전한 LPL은 1조원대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AUO, CMO 등 대만 LCD업체들의 경우 상반기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모니터 패널에 치중하면서 두자릿수 흑자기조를 유지했으나 하반기 대형 TV패널 투자를 진행하면서 일제히 이익률이 2∼3%대로 급락하는 ‘롤러코스터 실적’을 보였다.

PDP업계도 삼성SDI가 고전했고 LG전자마저 3분기까지 3%대 영업이익률에 그쳤다. 하지만 LCD와 PDP의 판가인하 경쟁이 평판TV의 대중화를 빠르게 앞당긴 것은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LCD TV와 PDP TV의 매출 합계는 전체 TV시장의 66%까지 확대되며, 브라운관 TV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내년에도 업체간, 패널간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은 내년 32인치 이상 평판TV의 공급과잉이 무려 1000만대 달할 것으로 전망한 상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올해 반도체·디스플레이장비업계에는 의미있는 행사가 있었다. 팹을 가진 국내 반도체 3사 CEO가 모두 참석하고, 디스플레이업계 임원진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재료 육성을 위한 상생협약식’이 그것이다. 물론 여건상 장비업체 CEO로는 디스플레이장비재료산업협회 회장 자격으로 고석태 케이씨텍회장 만이 참석했지만, 대기업 CEO들은 국내 장비국산화에 힘을 모으겠다는 의지를 다져, 장비산업 발전에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지난해 최악의 시기를 견뎌낸 국내 반도체장비업체들은 회복기에 들어선 상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를 제 2 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할 만큼 호황을 구가했다. 반면 디스플레이장비업계는 패널업체의 투자 보류 등으로 인해 어느때 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를 모두 생산하던 업체들이 속속 반도체 비중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부품·소재>

부품 소재 업계에게 올해는 기회보다는 시련으로 다가온 한해였다. 국내 부품·소재 산업을 견인해온 디스플레이(LCD·PDP) 분야와 휴대폰이 모두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휴대폰 업체들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부품업체들을 상대로 큰폭의 가격 인하를 요구했고 일부 부품업체들은 매출감소, 수익률 저하를 경험했다.

PCB산업의 경우 반도체 기판에 주력해온 삼성전기, LG전자, 심텍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출이 줄어들거나 적자를 나타내기도 했으며 특히 연성 PCB업체들은 공급과잉과 단가 인하로 매출이 반토막 났다. LED분야는 삼성전기, LG이노텍 등이 휴대폰용 사이드뷰 LED사업을 본격화했으며 삼성전기는 LCD TV용 BLU사업에도 진출했다.

칩 부품 업체들은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로 일부 수익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선전했다. 삼성전기는 초고용량 MLCC분야에서 일본 기업을 따라잡았으며 아모텍, 이노칩테크놀로지, 파트론 등은 10%가 넘는 수익율을 거뒀다.

전지분야에서는 삼성SDI가 발군의 실적을 냈다. 삼성SDI는 생산캐파를 올해 초에 비해 30% 가까이 증설한 3400만셀로 증설했으며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반면 LG화학은 지난해 리콜 여파로 올해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세계 2위 2차 전지 업체인 소니의 리콜이 불거지면서 국내 전지 업체들은 가시적인 반사이익을 거두기 시작했으며 내년에는 성과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특히 부품·소재업계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진 해였다. 지난해 1조원대의 벽을 돌파한 희성전자,LG이노텍 등의 매출은 전년대비 80∼20%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며 한솔전자, LG마이크론 등은 내년 1조 돌파를 예약해 놓은 상태다.

전자소재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제일모직이 편광필름 시장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삼성의 디스플레이 분야 수직계열화에 속도를 더했다. 소재 시장을 겨냥한 대기업의 새로운 시도도 잇따라 두산전자BG가 프리즘시트 양산에 나섰고 효성도 업체 인수 등을 통해 전자소재 시장을 겨냥했다.

<산전>

산전분야도 설비투자 침체로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한해였다.

산업용 로봇의 경우 현대기아차그룹, LG필립스LCD 등 대기업의 자동화 설비투자 부진으로 인한 파장이 업계 곳곳에 미쳤다. 현대차는 그룹총수의 구속여파 때문에 상반기로 계획했던 해외공장의 로봇주문을 연말로 미뤘다. LG필립스LCD도 디스플레이 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투자부진으로 이어져 관련업체들의 애를 태웠다.

지능형 로봇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하에 신제품 출시가 활발했다. 대표적인 지능형 로봇아이템인 청소로봇의 시장수요는 올들어 크게 늘었고 KT의 국민로봇 사업도 진행되면서 고속성장을 예감하고 있다.

전선업계는 가장 중요한 이슈가 원가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핵심원자재인 구리의 가격상승. 전기동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치솟아 LS전선, 대한전선 등 관련업계에 경영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승강기업계도 건축경기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오티스는 작년보다 다소 못미치는 매출을 기대하며 현대엘리베이터도 지하철 역사에 설치되는 플랫폼스크린도어(PSD) 등 신규수요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중전시장도 설비투자가 신통치 않아 내년도 시장 회복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IT산업의 R&D투자를 3∼6개월 앞서 나타내는 계측기시장도 적절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서 애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