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 및 가전제품 유통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마트 등 거대 제조사 및 전문판매점의 위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견 제조사들이 자체 유통망인 전속 유통 강화를 놓고 고민 중이다. 특히 위니아만도는 올 한해동안 전속 유통 강화를 기치로, 대리점을 240군데까지 늘려 유통에 새 바람이 일지 주목된다.
국내 유통 시장은 최근 5∼6년간 하이마트로 대변되는 전자제품 전문판매점의 대두와 함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직영 및 대리점 출점 경쟁으로 재편됐다. 여기에 인터넷쇼핑몰과 TV홈쇼핑이 등장, 특정 중견업체의 제품만을 취급하는 이른바 전문점의 입지는 좁아졌다. 중견 제조사들은 이런 시장 상황에서도 여전히 전속 유통 강화라는 카드를 고심 중이다.
중견업체의 관계자는 “자체 유통망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유통업체의 OEM업체로 추락해야하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위니아만도와 웅진코웨이의 선택=위니아만도는 90년대 한때 250개의 전속 대리점을 보유했다. IMF와 유통 시장 변화를 거치며 190개까지 줄었다. 위니아만도는 전속 유통 강화를 내걸고 지역 50평 이상, 수도권 30편 이상의 대형점을 늘렸다. 올해만 40개 대리점이 늘었다.
위니아만도의 김종우 차장은 “위니아(에어콘)과 딤채(김치냉장고)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전속 유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를 중심으로 매출이 1조2000억원까지 늘면서 아예 직영점을 늘린 사례다. 전속유통점은 개인과 제조사가 계약을 통해 전속대리점를 개점하는 형태지만 직영점은 말그대로 제조사가 유통점포를 갖는 그림이다.
웅진코웨이의 김형관 실장은 “지난해 직영점인 ‘렌탈하우스’를 시작한후 현재 82호점까지 열었으며 연말이면 100호점이 개점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소비자의 접근성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선택은 했으되 고민은 남아=중견 제조사들은 전속 유통의 강점에는 동의하지만 쉽게 행동에 옮기지는 못한다. 캐리어코리아의 윤영준 이사는 “안정적으로 우리 제품만을 판매해주는 전속유통점은 중요하며 매출의 상당부분은 여기서 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대리점을 두는데는 비용이 든다.
동양매직의 관계자는 “기존 대리점을 잘 챙기고 유지하지만 크게 강화시키진 못한다”며 “하이마트 등 다른 유통채널에서 가격 경쟁이 심한데 전속 유통의 생존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양매직은 90년대 중반께 350개 대리점을 뒀지만 현재는 80여 전속점에 그친다.
쿠쿠홈시스의 정현교 부장은 “현재론 전속 유통을 하지는 않지만 고민한다”고 말했다. 쿠쿠는 양판점, 할인점 등을 통한 유통이 원활하지만 전속 유통에 대한 고민을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매출 규모에서 품목의 다양성, 그리고 대리점 운영에 따른 비용 부담 능력까지 모두 갖추고 있지만 중견 제조사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그렇지만 대리점은 제조사의 근간이 돼왔기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으며 다만 강화할지 여부에 대한 선택만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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