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군 무기체계 획득제도가 수술대에 오른다.
지금처럼 경직된 우리 군의 무기 획득체계 환경에서는 국방 수장인 장관이 전장관리체계 등 무기체계 개발 시 민간 분야 신기술 도입 의지를 천명하더라도 실제 반영할 수 없는 제도적 모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요 제기된 후 전력화되기까지 장기간이 걸리고 이로 인해 미래 전쟁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 무기체계를 획득하고 또다시 소요 제기하는 등 무기체계 획득 과정에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군 CIO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무기체계 획득 실태=국방연구원은 소요 제기 후 전력화되기까지 우리 군의 주요 무기체계 획득 주기는 평균 10∼15년 걸리는 것으로 파악했다. 일례로 지휘소자동화체계(CPAS)는 16년이 걸렸고 현재 전력화 중인 지상 전술지휘통제(C4I)체계는 13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반면에 자원관리 정보체계는 전력화가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방재정정보체계는 획득 주기를 1년으로 잡고 있다.
이는 획득 절차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장관리정보체계를 포함한 무기체계는 소요제기 후 ‘선행연구→탐색개발→체계개발→전력화’ 등 순차적인 방법으로 개발 절차를 밟아가는 일괄 획득 단계를 거치면서 장기간이 걸린다. 게다가 기술 규격이 한 번 확정되면 추후 기술 규격을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정, 획득 단계에서 더 나은 신기술이 출현하더라도 도입 자체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자원관리정보체계를 포함한 비무기체계는 경직된 무기체계 획득 절차를 거치지 않아 전력화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국방정보화 한 전문가는 “IT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나 무기체계가 전력화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됨에 따라 막상 무기체계가 전력화되는 시점에는 기술의 진부화를 불러와 최초 요구 능력에도 못 미쳐 소요군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연초 윤광웅 국방장관과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이 ‘u-IT839’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와이브로를 전술종합정보통신체계(TICN)에 접목하기로 약속했지만 경직된 무기체계 획득 절차 탓에 신기술 도입이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진화적 획득절차 도입 필요=미국 국방부는 진화적 획득 절차를 통해 2004년 기준으로 주요 무기체계에 대한 획득 주기를 132개월(11년)에서 102개월로 단축했다. 특히 기술 개발과 체계 개발을 동시에 추진, 향후 획득 주기를 5년 미만인 65개월로 단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또 미 국방부가 아닌 각 군 차원에서 관리하는 체계 획득의 경우 평균 6.5년이 소요됐다. 우리나라 각 군의 획득기간이 10년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3.5년 이상 짧다.
‘진화적 획득 절차’란 무기체계 요구 사항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미래 능력의 개선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능력을 제공하는 획득 방식으로 첨단 기술을 가능한 한 최단시간 내에 적용, 시간 흐름에 따른 무기체계의 기술 진부화를 막을 수 있다.
박지훈 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게다가 비용·개발·연구·수명주기 등의 계획 대비 변화율이 일괄 획득 방식 대비 진화적 획득 방식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국방연구원은 모든 정보기술 사업 시 진화적 획득 전략을 의무화하거나 우선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리 군은 단기적으로 정보화 관련 획득 사업 시 진화적 획득 전략 추진을 위한 세부 지침을 제정하고 중기적으로 별도의 ‘(가칭)정보기술획득 규정 또는 지침’을 제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국방연구원은 일정 시간 내 전력화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밖에 체계 획득 단계별로 정보기술 획득과 관련해 국방부와 합참의 감독 기능 강화를 주문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신개념기술 시범사업 등 신기술 도입을 위한 기본 제도는 있지만 선언적인 의미에 그치고 있다”며 “세부적 대상체계 선정 기준과 절차, 획득 단계별 기준 등의 지침화가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