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삼성전자 기술총괄 이기원 부사장

[인터뷰]삼성전자 기술총괄 이기원 부사장

 “오늘의 삼성전자가 있기까지는 지난 20여년간 혁신적인 기술을 미리 준비하면서 시장의 변혁을 주도할 수 있었던 덕분입니다. 과거 전전자교환기(TDX) 개발이 그랬고, 메모리 반도체, 정보통신, LCD로 이어지는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은 모두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삼성전자 기술총괄 CTO 전략실장인 이기원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선언한 ‘기술준비경영’ 추진 1년을 맞아 의미를 강조했다. 지난해 이윤우 부회장이 선포한 기술준비경영은 오는 2010년까지 그룹 전체적으로 47조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한다는 구상이었다. 혁신제품을 개발해 이때까지 기업의 외형을 배 정도 성장시키고, IBM·HP·MS처럼 세계를 움직이는 기술기업이 되겠다는 야심이다.

 이 부사장은 “전사 차원에서 기술준비경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제품 기획·조사·연구개발·양산·판매에 이르는 제반 생산관리기술 인프라를 갖추게 된 것”을 지난 1년간의 최대 성과로 꼽았다. “앞으로 특히 전략적 투자경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 부사장은 “반도체만 해도 생산라인 하나 만드는데 수조원이 드는데 향후 등장할 혁신제품에 기존 설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면 회사로선 엄청난 힘”이라고 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생산기술을 포함해 지난 1년간 회사 전반적으로 연구개발 관련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데 노력을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미래 전략기술을 발굴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도 수립했고, 제품설계 및 관련 소프트웨어도 내부적으로는 표준화할 수 있게 됐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소위 통합 R&D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준비경영의 성과다.

 지금 이 부사장의 가장 큰 고민이자 내년의 화두는 미래 선행기술 연구다. 삼성전자의 미래 ‘아이콘’이 될만한 전략 상품을 찾는데 모든 신경이 곤두 서 있다. 그는 “내년도 기술준비경영에서는 선행연구 과제 발굴에 최대의 무게가 실릴 것”이라며 “전체 R&D 비용도 매출액 대비 8%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 많은 분야에 걸친 연구개발보다 핵심적인 아이템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국내외 저명한 연구기관·대학들과 공동 R&D 프로젝트를 한층 강화할 생각이다. 전세계 IT 산업의 메카 가운데 하나인 삼성 수원사업장도 앞으로 10년내 대규모 R&D 단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 부사장은 “효율화가 필요한 낮은 수준의 개발업무나 생산은 점차 해외로 옮기더라도 핵심적인 고부가가치 업무는 결국 우리나라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술준비경영의 관건은 우수인재를 확보하고 유지·관리할 수 있느냐, 즉 사람에게서 답을 찾을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