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상파에서 봤던 프로그램을 계속 방영하는 ‘재탕 방송’은 사양입니다. 특화된 편성과 자체 제작 콘텐츠의 강화로 승부해야 합니다.”
‘공중파 방송의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이 케이블TV까지 그대로 점령한 한국의 방송 시장에서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이주현 시리즈TV 사장(47)이 내놓은 해법이다.
지난 8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그는 복고 영화·드라마 전문 채널인 시리즈TV를 드라마·버라이어티쇼 전문 채널인 ‘드라맥스’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디데이는 12월 12일.
이 사장은 “케이블TV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자체 제작 구조를 실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표적인 시도가 중국과의 합작 드라마 제작이다. 중국 상하이영화대학과 함께 20부작으로 ‘상하이 연가(가제)’를 제작, 내년 10월 드라맥스와 중국 CCTV에서 동시 방송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중국측과의 합작 투자로 제작비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중국 콘텐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 HD 콘텐츠 확보를 위해 영화 제작 프로젝트에 투자, 내년 4월부터 10편의 재기 넘치는 HD 영화를 방영할 방침이다.
이 사장은 “무모한 제작비 경쟁을 피하면서 수익 구조 내에서 ‘투자-제작-수익-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 ‘케이블 온리’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PP는 IPTV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 긴장하고 있는 케이블TV 업계의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티브로드·씨앤엠·CJ케이블넷 등 주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이 시리즈TV에 공동 투자한 것도 시청자들을 케이블TV에 묶어둘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사장은 케이블TV라는 플랫폼을 방어하기 위한 콘텐츠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과제를 맡은 셈이다.
그런데 과연 ‘자격은 충분할까?’라는 의문이 생길 법하다.
이 사장은 방송 작가로 출발, 광고계에 종사하다 1989년 케이블TV 시범사업단에 참여하며 이 업계에 발을 들인 원년멤버다. GTV와 아리랑TV를 거쳤으며 YTN에서 기자 생활도 했다. 인터넷 업계에서 UCC 등 동영상 콘텐츠 사업 모델을 만들며 외도하다 케이블 업계에 돌아와 8월부터 시리즈TV 대표를 맡고 있다.
이 사장은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건 수입 프로그램이건 다양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지향한다”며 “케이블TV답다는 것이 싸구려나 선정성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사진=박지호기자@전자신문, jiho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