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휴렛팩커드(HP)의 퍼스널시스템그룹(PSG)을 총괄하고 있는 이홍구 부사장(49)은 확신에 차 있었다. 지난 3분기 HP가 세계 PC시장에서 델을 제치고 3년반만에 1위를 탈환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 배터리 리콜 등 델의 악재가 HP에 호재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 이 부사장은 “델 역시 실적이 나빠지지 않았다”면서 “이미 수분기동안 델과의 격차를 좁혀와 그 열매가 가시화될 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4분기 실적 전망에 대해서도 그는 “10월 실적이 아주 좋았다”면서 “단언하긴 어렵지만 HP의 상승 추세선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시원시원했다. 그는 외국계 IT기업 임원들 대다수가 그렇듯이 “내 역할이 아니다, 본사가 하는 거다”라며 대답을 뱅뱅돌리기 일쑤라는 선입견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그는 이같은 자신감의 근거에 대해 “소신있게 일하고 또 그만큼 결과물을 내려 노력한다”며 겸손하게 돌려 말했다. 하지만 그가 한국시장에서 독자적인 의사결정권을 확보하기까지는 엄청난 자기혁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기본이고 주말마다 거래처 관계자를 만나고 직접 주요 판매점과 고객지원센터를 둘러보는 등 ‘월화수목금금금’을 실현하고 있다. 한국법인의 인원이 1200명이 넘지만 PSG 인원은 계약직까지 포함해 80명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매출은 전체의 30%를 거둔다. 본사가 인원을 충원하라고 해도 거부한다는 이 부사장.“적은 인력으로 성과를 내면 고용안정은 저절로 이뤄질테고 나머지 비용은 고객과 파트너에 돌려 또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경영철학을 직원들과 함께 실천하고 있단다. 이 때문에 다른 그룹에서는 이 부사장을 포함해 PSG 사람들을 ‘일에 미친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이 부사장은 2007년을 맞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상감청자 기법을 도입한 노트북PC 등 신개념의 제품을 한국에서 처음 발표해 세계 PC시장에 ‘감성디자인’이라는 키워드를 던진데 이어 내년 1월 또다른 키워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에도 아시아 국가 대표로 각국의 기자들을 초청해 서울에서 전략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라는 이 부사장. 삼성과 LG를 제치고 한국시장 1위에 오를 그날을 위해 오늘도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