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통방기구 법안, 미뤄서는 안 된다

 통신과 방송을 관장할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6일 입법 예고되자 마자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통합기구의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5인을 모두 임명하는 조항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독자 입법안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정부 입법안에 대한 반대의견이 제기되고,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더 완성도가 높은 법률안이 나온다면 최상의 결과다. 하지만 각자의 입장에 따라 반대만 하다 지금까지 이어진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논의 자체가 무산되거나 지연되는 것은 모두가 원하지 않는 최악의 결과다. 지금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 바로 이런 최악에 대한 상황이다. 게다가 야당의 반대가 정치적인 이유에서라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사실 통신·방송 통합기구가 설립돼야 한다는 필요성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방송과 통신이 융합될 것이라는 상황이 예측됐기 때문이다. 올해 전격적으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출범한 것도 더는 통합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절실함에서다.

IT강국인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통합기구 설립이 왜 절실한지 금방 알 수 있다. 예건대 IPTV의 경우 우리나라는 이제야 시범서비스에 들어갔지만, 유럽은 올해만 33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기술이 모자라서 서비스를 못하는게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추고도 못하니 아이러니다. 네덜란드 버사텔이 제공하는 IPTV 서비스는 삼성전자와 온타임텍 등 한국 기업이 공급한 장비가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더 이상 미루면 세계 시장의 주도권도 뺏기고, 제도의 혼란도 막기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융합을 서두르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반대부터 하고, 새 법안을 내놓겠다고 하는 것은 우려를 금치 못하게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하다가 안되면 내년 대선 공약으로 밀겠다는 것은 통합기구 출범을 최소 1년 이상 미루자는 얘기와도 같다. 자칫 처음부터 미뤄도 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도 든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정부안에는 물론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문제가 있으면 논의를 통해 수정하면 된다. 대안을 제시하면서 건설적인 방향으로 논의를 벌여 나가야 한다. 정책팀·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