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범용 엔진을 개발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개발한 국산 엔진을 사용하는 업체도 10여개에 달하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동남아 등지에서 온라인게임 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온라인게임에 특화된 한국산 엔진을 주목하고 있어 수출 가능성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범용 국산 엔진 개발이 여건이 나아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해결해야 할 난제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범용 국산 엔진 개발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메이저 업체들이 갖고 있는 불신의 벽을 허물고 개발 초기부터 범용 엔진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A사는 국산 게임엔진을 사용해 MMORPG를 개발하고 있다.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해외 엔진도 알아봤지만 턱없이 높은 가격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자체 개발도 고려했지만 그렇게 될 경우 너무 개발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제기됐다. A사는 마지막 방법으로 국산 게임엔진을 사용하기로 결정, 반신반의하며 구입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산 게임엔진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국산 게임엔진에 대한 신뢰가 없어 다소 꺼렸지만 실제 성능은 뛰어났기 때문이다. A사 사장은 “외산 게임엔진의 경우 가격이 높아 중소 업체들은 엄두도 못낼뿐 아니라 엔진을 구입한다 해도 온라인게임에 적합하도록 만드는데만 6개월이 소요된다”며 “하지만 국산 게임엔진은 가격대비 성능도 뛰어날뿐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처리가 가능해 일의 효율이 높다”고 말했다. 국산 게임엔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엔진 개발에 뛰어들려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국산 게임엔진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는 3∼4곳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성장 잠재력 커 매력 국내 게임업체들이 범용 게임엔진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게임엔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엔진이 단지 게임뿐 아니라 3D애니메이션을 활용하는 산업에서도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수요처가 제한되지 않았다는 점도 범용 게임엔진 개발의 매력 중 하나다. 온라인게임 개발 노하우가 축적으로 프로그램 기술력이 향상됐다는 점도 게임엔진 개발에 적극 뛰어들게 하는 요소다. 범용 게임엔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여러 기술들이 농축돼야 했다. 이전까지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해외 서버를 구입하거나 해당 게임에만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하지만 점차 3D온라인 게임 개발과 자체 엔진 기술력이 쌓이면서 어느 장르에나 사용이 가능한 범용 게임엔진 개발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것도 국산 게임엔진의 성공 가능성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언리얼 엔진의 경우 15억원 선인데 반해 국산 게임엔진은 1억원선 내외다. 무려 15배 이상의 차이가 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게임엔진 개발에 적극 뛰어드는 것은 엔진 시장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원소스 멀티 개념이 빠르게 시장의 새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게임개발도 활성화되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게임의 꽃인 엔진 시장 역시 커질 수 밖에 없다. 엔진개발사 한 관계자는 “게임엔진 시장은 게임개발 활성화와 맞물려 활기를 띠고 있는 상태”라며 “성장 가능성이 결코 온라인게임 성장보다 작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특화된 전략으로 승산 있다 이처럼 범용 게임엔진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국산 게임엔진의 장밋빛 미래까지 보장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미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 검증받은 범용 게임엔진이 있기 때문이다. 언리얼 엔진이나 게임브루, 퀘이크, 리쓰텍 등이 엔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벽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전문가들은 국산 게임엔진의 경우 특화된 전략을 구사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온라인게임의 툴이나 필요한 기술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을 활용, 온라인게임에 특화된 범용 게임엔진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언리얼 엔진이나 게임브루 등의 경우 온라인게임 개발에 적합한 엔진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함께 온라인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메이저 해외 개발사와의 유통망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적인 메이저 개발사들의 경우 온라인게임 개발에 가세한 상태다. 이들에게 온라인에 특화된 국산 게임엔진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와함께 게임개발 초기부터 범용 게임엔진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체적으로 게임엔진을 개발해 성공한 게임들로는 ‘팡야’, ‘카트라이더’ 등이 있지만 이들 게임 엔진의 경우 상용화가 어렵다. 해당 게임에만 사용 가능한 엔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개발 초기부터 범용 게임엔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엔진설계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세계 게임엔진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한국만이 갖고 있는 온라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세계적인 추세가 온라인게임 개발인 만큼 충분히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 불신 극복과 안정성 확보가 과제 하지만 국산 게임엔진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우선 국내 메이저 업체들 마저도 국산 게임엔진에 대해 불신의 벽을 쌓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도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게임들이 대부분 외산 게임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메이저 업체들로부터 국산 게임엔진의 기술력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은 해외에서 볼 때 안정성이나 성능에서 신뢰하기 힘든 부분이다. 또한 아직까지 국산 게임엔진을 사용, 성공한 게임이 없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해외 게임엔진의 경우 모두 성공했던 게임에서 사용한 엔진들이다. 때문에 엔진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국산게임엔진의 경우 아직까지 이렇다할 실적이 없다. 이 점은 국산 게임엔진을 사용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국산 엔진 개발업체들은 시간이 좀더 흐르면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을 상용화하는 데는 적어도 2∼3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첫술에 배부르기를 바라기 보다는 장기적인 투자와 개발을 통해 엔진의 우수성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국산 엔진 채용 현황 ‘풍류공작소’·‘레드카드’ 등에 잇단 적용 국산엔진을 상용화한 게임은 그리 많지 않다. 엔진 개발의 역사가 짧아 상용화된 엔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개발된 엔진이 있더라도 아직 국내·외 기업들이 국산엔진을 크게 신뢰하지 않기에 적용된 사례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짧은 국내 엔진개발 역사 중 국내 기술만으로 엔진이 개발된 것은 손에 꼽힌다. 특히 국산엔진이 2편 이상의 게임에 적용돼 상용화된 경우는 가이블의 ‘지블렌더’ 외에는 없다. 많은 개발사들이 엔진개발에 도전했지만 자금난과 기술력 부족 등으로 고배를 마셨다. 또 국내 개발사들이 일부 엔진을 개발했으나 이를 자사 게임에 최적화시킨 형태로 제작, 다른 작품에는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블렌더가 최초로 개발된 것은 지난 2000년. 하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에 적용된 것은 2003년부터다. 3년간 동안 많은 개발사들을 상대로 엔진 적용에 대한 부분을 타진했으나 2003년도까지 적용된 게임이 없어 작품에 이용되지 않았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3년간 ‘풍류공작소’(사이닉소프트)와 ‘레드카드’(이젠), ‘알맨’(사이칸), ‘아스트로레인져’(39스튜디오), ‘레드블러드’(고릴라바나나) 등의 게임에 적용됐다. 이외에도 10여편에 달하는 게임에 적용되거나 사용여부를 협상하고 있다. 특히 국산 엔진으로는 유일하게 중국 요시공방과 게임제다이, 일본 테크모, 미국 Seahorse 등에 수출되기도 했다. 지블렌더가 적용된 중국 게임 ‘엽기적인 그녀’(게임제다이)는 내년 일반인들에게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한호진 가이블 개발이사는 “국내 엔진개발 분야는 주변 여건이 열악하고 기업들의 인식이 그리 좋지 않아 지금까지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하지만 최근 서비스 부분 등이 크게 좋아지고 있어 국산엔진에 대한 신뢰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 엔진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나 이 후 서비스가 좋지 않음에도 크게 각광받고 있다”며 “가격과 서비스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국내 개발사들이 조금만 눈을 돌려 본다면 반드시 좋은 국산 엔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블렌더 이외에 지난 2003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투자·개발한 ‘드림스리디엔진’이 온라인 테니스 게임 ‘판타테니스’(엔픽소프트)에 적용됐다. 국산엔진 시장 규모와 전망 국산 엔진 시장 점유율 10%…성장성은 `쾌청` 전체 게임엔진시장에서 국산엔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160억의 전체 규모에서 1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정도다. 이는 국산엔진의 수가 적고 또 이를 적용하려는 게임개발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개발사에 판매되어 게임에 적용되고 있는 엔진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처럼 국산엔진을 사용하는 업체의 수는 적지만 엔진개발사들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높기 때문에 미래는 밝다고 강조했다. 외국 엔진과 비교해 앞으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여러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구매 후 서비스부분이다. 엔진 자체의 특성상 이를 적용한 후에도 게임개발사가 엔진개발사와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거리상 쉽게 대화할 수 없는 외국엔진개발사보다 큰 장점을 가진다. 또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가격이 저렴한 점도 강점 중 하나다. 현 개발사들이 모두 적은 자본으로 시작, 게임을 제작하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 엔진들이 중소 게임개발사들이 감당하기 힘든 가격을 제시하기에 국산제품이 저가로 판매되는 것은 앞으로 큰 매력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다. 한 엔진 개발사 관계자는 "현재 국산엔진 시장은 12억 정도의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산 엔진이 서비스와 가격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시장에 큰 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엔진은 타 분야에서도 크게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벌써 미국 등의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엔진기술을 다른 쪽으로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