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에서 사행성 게임 근절을 위해 게임산업진흥법(게임법)을 개정, 온라인게임 아이템 작업장에 대한 집중 단속을 예고하면서 일선 작업장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뛰는 자 위에 나는자가 있다’고 했던가. 게임법 개정안에 따라 불법 사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빠진 작업장들은 그러나 미동 (微動)도 않고 있다. 오히려 아이템 현거래 중개업이 막히면 아이템 시세가 올라가고 결국 수익성만 높아질 것이란 어처구니 없는 낙관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일선 작업장 관계자들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게 마련’이라는 경제학적 논리까지 들이댄다. 정부의 강력한 단속 천명으로 구조변화가 예상되는 작업장의 실태와 향후 전망을 긴급 점검한다. ‘게임법’ 개정 의도 대로라면 앞으로 작업장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모든 작업장은 개정 게임법에 따라 불법 사업자로 전락, 적발될 경우 강력한 처벌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작업장 업계는 법개정을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온라인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 규모가 인위적으로 막기엔 너무나 비대해졌고, 작업장들이 고도의 기업형 사업자로 진화해 관련 법이 어느정도 효력이 미칠 지 회의적인 탓이다. 특히 작업장 단속을 위한 법 개정에 관한 보도가 나온 후 이미 많은 수의 작업장들이 중국·필리핀·베트남·태국 등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주하거나 지방의 외진 곳으로 이동하는 등 법망을 피하기 위한 대안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을 이용해 단속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까지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전문가들이 게임법 개정과 함께 체계적이고 치밀한 근절 대책이 함께 만들어져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초고속으로 진화하는 작업장 법 개정에도 불구, 관련 업계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빠른 아이템 작업장의 변화 속도를 정부와 법이 과연 따라 잡을 수 있겠느냐는 점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대 초반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한 작업장은 관련 기술의 발달과 함께 빠르게 첨단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케한 대표적인 것이 다름아닌 오토 마우스와 하드웨어 오토 프로그램이다. 특히 하드웨어 방식의 오토프로그램은 일명 자동사냥기계라 불리며 유저가 컨트롤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인식-사냥-아이템 습득-레벨업’의 순환 작업을 반복하며 작업장의 개념을 바꿔버렸다. 최근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게임 내에서 오토프로그램을 가장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YNK코리아 관계자는 “오토프로그램의 경우 중국에서 들어오거나 국내에서 제작돼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도로 유통되고 있다”며 “그 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 제재를 가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작업장과 매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특정 게임 개발사의 사정이 이러한데 수 많은 게임의 작업장들을 법만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란 얘기이다. 작업장 내부 모습의 변화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과거 작업장은 가출 청소년 등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대거 모아 운영됐다. 하지만 현재는 사뭇 다르다. 모니터 공유기와 고성능 컴퓨터를 무인화에 도전하고 있다. 심지어 경보기가 각 컴퓨터에 달려있어 단속 시 미리 알려줘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췄다. # 개정 후 시장 음성화…‘황금시장’ 변질 가능성도 작업장 업주들은 아이템베이·아이템매니아 등과 같은 현거래 중개 사이트가 폐쇄되는 것에 대해서도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있다. 작업장과 유저들을 직접 연결해주고 아이템을 사주는 이른바 ‘혈상’들이 각 지역거점별로 조직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환전 역시 중개 사이트를 통하지 않고도 고속으로 양수도가 가능한 오토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한때 작업장을 운영했다는 A씨(38)는 “아이템을 사고팔기 위한 수 백만 유저가 있는한 작업장은 뿌리뽑기 어려울 것”이라며 “법이 강화되고 단속이 심해질 수록 작업장의 기술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법개정으로 아이템의 희소가치가 높아져 ‘황금시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일선 작업장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유통이 어려울 수록 가치는 높아지고, 그럴수록 작업장의 수익성은 좋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밀거래가 성행할 시에는 1920년 미국 금주령이 내려졌을 때와 같이 아이템 거래가 조직폭력배들이 개입,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까지 배제하기 어렵다. 과거 작업장을 경영했던 B씨는 “현재도 일부 조직폭력배들이 아이템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시장이 음성화되고 이로 인해 아이템의 가치가 높아질 경우 아이템 이권을 둘러싼 조직폭력배 간의 전쟁까지도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이를 초장에 잡지 못하면 아이템시장 자체가 국내 범죄의 근원지가 될 수도 있다”며 “법 개정 전에 이를 막기 위한 대대적인 단속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대안은 없나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온라인게임의 대표적인 역기능 중 하나로 꼽히는 작업장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로선 정부의 의지도 확고한만큼 우선 정확한 실태 및 동향 분석을 거친 후 주도 면밀한 대안이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는 국제파 작업장들의 철저히 단속하기 위한 해당 국가와의 공조 체제 구축이다. 특히 국내 인건비를 고려해 국내 작업장업계의 주거점으로 부상한 중국의 경우 게임업계 해외 IP차단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VPN망을 이용하거나 대포폰을 이용하는 등 교묘하게 빠져나가 중국 정부나 관계 기관의 협조 없이는 이를 근절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이다. 게임법 개정에 따라 국내 아이템거래 중개업이 불법화될 경우 예상되는 해외 거래 사이트를 통한 환전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도 시급하다. 현재 정부와 정치권에서 이를 근원적으로 막기 위한 별도 법 제정을 추진 중이지만, 법제정까지는 요원한 실정이다. 작업장을 운영중인 C씨는 “법 개정 후 소규모 작업장들은 망하고 대규모 작업장은 법의 단속망을 피하기 쉽고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필리핀 등지로 옮겨갈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엔씨소트트의 한 관계자는 “중국, 필리핀 등 국외로 이동하는 작업장에 대해선 해당 국가와의 공조가 어려워 실질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국가적 차원의 공조와 관련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와 기업간의 논의도 아직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은 단계”라며 “우선 아이템 거래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업체가 소통할 수 있는 자리부터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률 개정이 과거와 같이 형식논리에 빠져들어선 곤란하다”며 “특히 작업자와 일반 유저를 구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일도 소홀히 해선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발 쫓아가면 두발 도망가는 작업장이 과연 이번 게임법 개정과 함께 뿌리뽑혀 역사속으로 사라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터넷 카페는 ‘작업장들의 천국’ 주요 포털 이용해 정보교환서 인력 수급까지 해결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기업식으로 생산 및 유통하는 작업장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데는 인터넷이라는 좋은 중개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네이버와 다음 등 대형 포털 사이트 내에 설치된 카페와 묻고 답하기 등을 통해 작업장과 유저, 혹은 작업장과 현금 거래(현거래) 중개자간의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활짝 열린 것이다. 인터넷 공간을 마치 ‘작업장들의 천국’으로 만들어준 일등공신은 단연 카페다. 네티즌들의 친목도모를 위해 만들어진 이 사이버 공간은 철저하게 전문 작업장의 은밀한 정보교환 장소로 십분 활용됐다. 작업장들은 이 매개체를 통해 매일 관련 정보를 주고받으며, 심지어 인력 수급까지 이뤄진다는게 일선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카페 게시판을 통해 컴퓨터 장비는 물론 통장 번호와 장소 알선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며, 해외진출을 꾀하고 있는 작업장 관계자들이 자문을 구하는 공간도 다름아닌 이 곳이다. 카페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지식N’ ‘묻고 답하기’ 등 주요 포털의 게시판이다. 이런 공간은 포털회원이라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기에 카페에서 치러야 하는 가입, 정회원 등급 상승 등의 까다로운 절차 통과가 필요 없다. 무엇보다 많은 회원들이 실시간으로 답을 달아주기 때문에 원하는 답도 간단히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주로 정보를 묻거나 인력을 충원할 때 자주 사용된다. 이메일·메신저·쪽지 등을 통한 작업장 및 일반인 간의 소통도 매우 활발하다. 특히 인원 충원에서 많이 사용된다. 전화번호가 노출될 경우보다는 위험성이 적기에 많은 이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모두에게 공개하지 않는 중요한 정보를 은밀히 오고 갈 수 있기에 카페나 게시판보다 더욱 긴요하게 쓰이고 있다. 일선 작업장 관계자들은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에 따라 작업장과 아이템 현거래 중개업체에 대한 실제 단속에 들어간다면 이같은 포털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 관계자는 “시장 및 작업장 설립, 물품 구매 등의 모든 부분이 포털사이트와 관련 전문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법이 고쳐지기 전에 반드시 이에 대한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생활 침해 문제로 인해 카페와 이메일, 쪽지 등을 규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제하며 “제목만 공개하거나 5초 간의 시간 제한을 두는 등의 간접적 조치라도 우선 시행해 포털 사이트를 이용한 작업장의 확산을 기술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커버스토리-진화 거듭하는 작업장 끈질긴 생명력…첨단 기술과 접목돼 기술 급진전 게임 업체들의 단속과 중국 작업장의 등장, 아이템 가격 하락 등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 작업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마치 바퀴벌레가 빙하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끈질긴 생명력 하나만으로 버텨온 것과 같다. 작업장이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상황과 조건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특히 관련기술의 발달에 따라 작업장의 시설도 더욱 첨단화 되고 있다. 이를 가능케한 것이 다름아닌 오토마우스와 하드웨어 오토프로그램이다. 오토마우스는 일반 마우스와 같은 모양의 제품으로 게임 플레이를 위한 스위치가 1~2개 정도 더 부착돼 있으며 쉽게 개조할 후 있다. 또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클릭하게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드웨어적 USB나 오토프로그램은 일명 자동사냥기계라 불리며 유저가 컨트롤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인식-사냥-아이템 습득-레벨업’의 순환적 작업을 실행한다. 특히 이 같은 장비들은 국내외에서 다량으로 제작, 인터넷을 통해 버젓이 유포되고 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도 작업장의 생존에 큰 역할을 했다. 과거 노가다식 작업에서 벗어나 높은 레벨의 캐릭터를 사용, 고급화 전략을 추구한 것. 즉 저가 아이템을 포기하는 대신 고급 아이템을 집중 공략, 수익성을 높인 것이다. 이는 중국 작업장으로 인해 아이템의 가격이 폭락했을 시 사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작업장 내부의 빠른 변화도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과거 작업장은 가출 청소년 등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모아 운영됐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바로 모니터 공유기와 고성능 컴퓨터, 경보기 등을 이용, 빠르게 무인화되고 있다. 모니터 공유기를 통해 여러 대의 컴퓨터를 한 사람이 관리하거나 성능 좋은 컴퓨터를 통해 여러 캐릭터를 한번에 조정한다. 또 각 컴퓨터에는 경보기가 달려 있어 게임 마스터가 단속에 나설 경우 이를 미리 알려줘 대처할 수 있게 한다. 과거 작업장을 했던 A씨는 “작업장은 기업 단속과 외부환경 등이 바뀔 때마다 변화를 시도했다”며 “특히 기술적으로 변하기 위해 오토프로그램 개발, 컴퓨터 업그레이드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며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작업장의 변화 정도가 거의 기업수준으로까지 올라가고 있다”며 “법 개정 후에 완전 불법이 된다해도 살아남기 위한 작업장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