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변화하는 반도체 유통]창조하라 그러면 진화하리라

 반도체 유통 업체들이 창조의 정신으로 무장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단순 유통에서 벗어나 마케팅에 끊임없이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고, 새로운 분야까지 만들어내는 창조자의 역할까지 자처했다. 반도체 유통업체들은 반도체 산업에서 보이지 않던 한 축에서 이제는 창조라는 새로운 가치를 겻들인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과거 유통이라고 하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물류를 담당하는 사업형태를 떠올렸다. 국내 반도체 유통업체도 대부분 이러한 사업형태로 해외에서 반도체를 수입해 국내 완성품업체들에 공급하거나 국내 반도체를 해외 완성품업체들에 공급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들은 ‘유통’이라는 명칭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이 적당한 수요처를 찾기까지 거쳐가는 한 과정 정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해결책을 찾아 내는 솔루션 업체, 수요를 창출하는 마케팅 업체로의 선언이 줄을 이었다.

◇R&D를 강화하라=반도체 유통업체의 R&D 센터는 칩 자체를 개발하지는 않지만, 제품 라인으로 확보하고 있는 여러 반도체를 활용해 응용처를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말하는 수요 창출이란 반도체를 중심으로 최적의 디자인을 만들어내 고객에게 제안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유통업체에는 수요예측과 재고관리, 고객관리 등이 사업의 핵심이었으나, 이제는 기술력이 사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유니퀘스트·젠코아·아이앤씨마이크로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자체 R&D 센터를 설립해 최적의 응용 보드를 개발, 고객의 몫으로 돌린다. 유니퀘스트는 향후 주요 사업이 솔루션을 접목한 모듈 개발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젠코아는 개발한 내비게이터 보드를 통해 중국 시장 진출의 닻을 올렸다. 아이앤씨마이크로시스템도 R&D 센터에서 생체인식 기술을 개발해 고유의 영역을 닦았다.

최의선 아이앤씨마이크로시스템 사장은 “글로벌 유통 기업들이 한국에도 상당 부분 진출해 있지만, 그 속에서도 살아남은 한국의 중소 유통업체들은 R&D를 통해 각자 고유 영역을 구축한 업체들”이라며 “수요를 창출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중간자 역할만으로는 할 수 없으며 지속적으로 고객을 지원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 기법 도입하라=유통의 가장 기본이면서도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수요예측과 위험관리다. 아무리 마케팅을 잘 해서 수요를 창출한다고 해도 그 수요가 얼마만큼이 될지 예측하지 못하면 그것은 유통업체로서 수익을 내는 것을 포기해야 할 정도다. 그 누구보다 가장 시장에 민감한 것이 바로 유통업체들이다. 더욱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첨단 시스템을 도입하고 별도의 팀을 조직했다. 반도체 유통업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가장 많은 투자를 진행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에스에이엠티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수요예측과 위험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에브넷은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최근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아이앤씨마이크로시스템은 연말 내부 조직 개편을 통해 세일즈 이전 활동으로 시장예측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별도의 팀을 꾸릴 계획이다.

임성삼 에브넷 사장은 “최근 서버 시스템을 확충하는 투자를 감행했다”며 “이제는 어떤 품목이 잘 팔릴 것이라는 단순 예측으로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으며 다양한 첨단 기법을 도입하고 이를 전자 시스템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