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제51차 OECD 정보통신위원회(ICCP) 정례회의에서 발표된 ‘IT 아웃룩 2006’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IT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기준 34%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미 우리나라 IT산업 분야는 2005년 기준으로 볼 때 전체 무역 수지 흑자 분의 200%를 웃도는 등 그동안 우리 수출을 주도해왔으며 올해에도 IT 수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높은 증가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려를 자아내는 부분이 있다. 장기적으로 국내 IT 생산 증가가 휴대폰 등 특정 품목에 집중되고 컴퓨팅 기기 등 많은 분야에서는 오히려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성장이 우리나라 IT 기기 산업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IT 기기 생산은 이미 여러 부문에서 우리나라를 압도하고 있는 실정이며 세계의 생산 공장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IT 기기 생산거점으로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술에서도 우리를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IT 기기 생산확대는 세계적인 주요 IT기업의 생산기반 해외이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요 IT기업은 선진시장의 포화, 원가절감, 우회 수출을 통한 관세장벽 회피 등 다양한 이유로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시키고 있다.
이런 시장환경 속에서 중국은 거대한 시장 잠재력, 낮은 임금 등을 배경으로 가장 매력적인 생산거점으로 평가돼 주요 IT기업은 너나 할 것 없이 중국 내 생산기반을 확충해 왔다. 이는 중국의 IT 기기 생산확대는 물론이고 기술적 성숙으로까지 이어졌다.
생산거점의 해외이전, 특히 중국으로의 이전은 우리 기업에도 예외가 아니다. 휴대폰 제조업체는 해외생산 비율을 매년 5∼10% 높이고 있으며 노트북PC와 MP3플레이어 제조업체도 제조원가를 줄이기 위해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어 국내 생산기반의 공동화가 우려된다.
반면에 생산거점을 중국 등 해외로 이전했으나 원가절감 등 효과를 기대만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선진시장에서는 노동의 질과 제품 품질에 우위가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 즉 한국 내 생산제품의 공급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처럼 생산거점의 해외이전은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라는 장점과 동시에 품질저하 및 기술유출 등의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위험관리 차원에서 특정국가에 집중되는 것을 지양하고 다원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해외 선진자본은 중국의 거품 경제에 대한 우려와 급격한 인건비 상승 등의 대비책으로 생산거점을 인도·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로 분산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생산거점의 다원화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생산거점 다원화 방안에는 국내 생산거점에 대한 투자가 우선 고려돼야 한다. 무분별하게 해외로 생산거점을 이동시키기보다는 핵심 제품의 생산·개발에 대한 신규 투자는 국내에서, 단순 조립·생산은 해외에서 진행하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킴으로써 핵심기술 유출을 방지하고 국내 생산 및 고용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단순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하는 해외 생산기지와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자본을 유치해 R&D 투자를 확대하고 국내 생산기지 및 연구시설의 역량을 강화해 최고의 기술과 최상의 글로벌 품질이 결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업 활동의 각종 규제환경이 개선돼야 하며 노동 및 제품 품질의 향상을 위한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이 같은 생산거점의 다원화 및 차별화 전략을 통해 우리의 IT산업은 국제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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