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법제화 서둘러야`

 우리나라에서 일본이나 북미 못지않게 LCD TV와 PDP TV를 중심으로 하는 HDTV(디지털TV)가 시장 주도 세력으로 강세를 띠고 있지만 올해 정작 아날로그TV 판매 비중은 오히려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소비자가 고가의 LCD TV와 PDP TV를 선호하는 등 디지털TV를 쉽게 받아들이는 앞선 시장인데도 우리 정부의 아날로그TV 판매 지양책이 전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손놓고 지낸 정부=전 세계는 2009∼2015년 아날로그방송 종료와 디지털방송 전환이라는 일대 변혁기를 맞게 된다. 각 국 정부는 이에 맞춰 시장을 이끌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은 ‘2011년 7월 아날로그 종료’를 법제화하고 시청자가 보유한 아날로그TV 줄이기에 전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일본 총무성은 공영방송인 NHK와 손잡고 ‘아날로그 오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요지는 아날로그TV 판매 시 ‘2011년 아날로그방송이 중단된다’는 경고를 부착,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하게끔 하는 것.

 LG전자의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시책이 실효를 거두며 올해 아날로그TV 판매대수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미국도 아날로그TV 판매비율이 올해 5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올해 초 ‘2009년 2월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결정했으며 앞서 디지털튜너 내장을 강제하는 3단계 정책안을 폈다. 디지털튜너를 내장하면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모든 TV제조사와 수입업체는 2005년 7월까지 36인치 이상의 TV에 디지털튜너를 내장해야 한다. 또 25∼35인치는 2006년 3월, 24인치 이하는 내년 3월까지 의무 내장해야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도 아날로그방송 종료 시점을 법제화하지 못한 상황이다. 디지털전환을 둘러싼 정통부와 방송위 간 뿌리 깊은 갈등 구조가 배경이다.

 ◇흔들리는 2012년=현 추세대로 가면 2012년 아날로그방송 종료라는 정부의 잠정 방침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아날로그TV 판매 비율은 2004년 72%에서 2005년 65%, 2006년 50%(예상) 등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LG전자도 2004년 75%, 2005년 64%, 2006년 59% 등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비중 축소는 시장에서 LCD TV, PDP TV가 강세를 나타내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일 뿐이다. 한 예로 오픈마켓인 옥션에서는 올해 아날로그TV 판매대수가 5만8100대로, 디지털TV의 1만1500대보다 4배 이상 많다. 이는 오히려 2005년 아날로그TV 판매비중 76%보다 7%포인트 정도 늘어난 수치다. 현재 추세라면 내년에도 70만∼90만명이 신규 구매할 전망이다.

 아날로그TV 신규 구매 보유자 증가는 2012년에 정부가 져야 할 부담이다. 미국은 디지털TV를 구매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위해 15억달러 예산을 책정하고 가구당 40달러 쿠폰을 두 장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우리도 지금부터 아날로그TV 판매 지양책을 내놔 부담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마켓 관계자는 “최근 아날로그TV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했기 때문에 4∼5년만 사용할 목적으로 효용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아날로그TV 판매는 하향 추세기 때문에 적절한 정책만 뒷받침되면 정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