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보다 산업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제2의 하이닉스가 될 수 있다.”
팬택계열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해당사자들이 팬택계열의 회생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쟁 상대로 여겨온 국내 제조업체 처지에서 팬택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만약의 경우 닥쳐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휴대폰 산업의 국제 신인도 하락뿐만 아니라 생산·부가가치·고용에서의 여파가 심각하게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수많은 납품 중소기업의 사활과도 직결돼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이들의 시선도 의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휴대폰 산업은 개인 기업의 차원을 넘어 국가적인 산업”이라며 “국내 업체들끼리 경쟁 상대라기보다 협력자적인 관계가 더 큰만큼 팬택의 회생은 국내 모든 휴대폰 기업이 바라는 바”라고 말했다.
팬택계열의 전체 채권 규모는 1조4753억원으로 산업은행이 1706억원, 우리은행이 1126억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또 농협(325억원), 외환은행(404억원), 국민은행(488억원), 수출입은행(373억원), 신한은행(338억원) 하나은행(695억원), 기업은행(561억원), 대구은행(87억원), 광주은행(134억원), 중국건설은행(191억원) 등 제1금융권이 총 6428억원의 채권을 갖고 있다. 이 밖에 제2금융권은 164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팬택이 발행한 기업어음(CP)은 1606억원, 회사채가 6555억원 등이 있다.
◇지난해 수출만 17억달러=팬택계열의 지난해 매출은 3조원 규모다. 전체 임직원만 3600명이며, R&D 인력만 1973명이다. 세계 30여개국에 단말기를 공급하면서 지난해 수출액은 17억달러에 이르렀다. 세계 6∼7위권 규모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단말기 수출의 8%를 담당한다. 표면상의 경제적 가치 외에 140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외 실용신안 등록건수 2400건 이상, 출원건수는 무려 1만1000건 이상에 달한다.
산업적 역할에서 보자면 삼성·LG와 함께 ‘빅3’의 구도로 경쟁보다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시장 3위의 위치를 고수하며 프리미엄급 전략을 구사하고, LG전자가 5위권으로 탄탄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팬택이 틈새 시장을 공략하며 ‘휴대폰 왕국’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팬택계열의 생산·부가가치·고용창출 유발 효과는 각각 271조원·83조원·224만명에 이른다.
◇국내 업체들에 ‘득보다 실’=업계 관계자는 산업의 지속 발전을 위한 바탕으로 팬택의 회생을 강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삼성전자·LG전자 정보통신부문을 팬택과 경쟁관계로 착각하고 있다”며 “휴대폰 시장은 제품의 급이 나뉘어 있는만큼 국내 업체들끼리 상충되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팬택 상황 악화’로 득을 볼 업체는 노키아·모토로라 등 중저가 업체들이라는 것. 8%의 시장점유율을 나눠 가질 업체는 국내보다 해외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한국의 위치를 위협하는 것으로 작용해 국가 산업적으로 큰 마이너스가 아닐 수 없다.
전자수출이 국가 전체 수출의 30%를 웃도는 상황에서 휴대폰 산업의 한 축이 빠진다는 것은 수출 적신호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팬택의 회생이 중요하다.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데 ‘3각 체제’만 한 구도가 없는 상황에서 팬택의 극한 상황은 ‘다리 한 쪽을 잃는 것’과 같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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