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주와 전남·북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는 그 어느 해보다 괄목할 만한 연구개발(R&D)성과물을 잇달아 내놓았다. 특히 산·학·연 협력체계를 구축해 중앙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국책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사례도 많아 지역 과기 연구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기업체에서는 광산업체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경영이 두드러졌다. 비록 소수지만 성공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업체들도 속속 나타났으며 기업 지원기관들도 각자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 부지런히 뛰었다. 하지만 올해에도 광주와 전라지역에서는 코스닥에 입성한 벤처기업이 없어 ‘스타벤처’의 등장은 내년으로 미뤄야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학계=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들의 R&D 활동이 눈부셨다. 생명과학과 김도한 교수팀은 심장세포 유전자시스템지도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심장세포 유전자발현의 총체적인 분석을 통해 다수의 새로운 유전자군을 발견했으며 이들이 특수한 전사인자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규명함으로써 심장유전자들의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GIST 기전공학과 김용훈 교수팀은 국내 최초의 원격탐사용 우주관측장비를 개발했다. 이 장비는 내년 말 발사될 과학기술위성 2호(STSAT-2)에 탑재되는 등 위성 자립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GIST 생명과학과 송우근 교수는 루게릭병·파킨스병, 각종 암 등이 세포막에 유입되거나 이동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새로운 단백질을 규명해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에 발표했으며 역시 같은 과 전상용 교수팀은 암세포만 선별적으로 파괴해 암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신개념 표적지향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을 개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전남대 시스템보안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노봉남 교수(전자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리눅스 버전의 차세대 보안 운용체계(OS)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한·중·일 공개소프트웨어(OSS) 포럼에서 아시아 표준 운용체계에 채택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남대 신소재공학부 이병택 교수는 공대 학장을 맡아 맞춤형 전문 인력 양성과 광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훈장을 받았으며 물리학과 김재률 교수는 우리나라 입자물리학 발전 및 지역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광주시민대상 학술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대학 김재녕 교수(화학과)는 유기화학 분야의 저명한 SCI 저널인 ‘테트라히드론’으로부터 최다 인용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김일태 조선대 만화애니메이션학부 교수는 세계 최초로 만화애니메이션 용어사전 편찬에 나섰으며 박종안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문화콘텐츠기술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아 ‘멀티미디어 특성요소를 이용한 지능형 콘텐츠 제작기술’을 개발하는 데 연구력을 집중했다.
호남대에서는 교육부의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NURI) 사업인 IT·CT인력양성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나현식 교수(정보통신대학장)가 학생들의 일본 IT업계의 진출을 위해 바쁜 한해를 보냈다. 조규진 순천대 신소재 응용공학부 교수는 산·학 협력을 통해 전자잉크를 이용한 100% 인쇄방식 멀티 피트 전자감응 상품 감지장치(RF EAS) 태그를 개발했으며 허기택 동신대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는 원천기술 개발 등을 통해 광주·전남지역 디지털콘텐츠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전북지역에서는 이중희 전북대 신소재공학부 교수가 산·학 협력으로 350기압의 고압으로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자동차용 연료탱크를 세계 3번째로 개발했으며 익산방사선영상과학연구소장인 원광대 의대 방사선과 교수는 세포 내부의 구조를 50나노미터(㎚) 급으로 관찰할 수 있는 X선 현미경을 개발했다.
◆연구소 및 지원기관
김태일 한국광기술원(KOPTI) 원장은 고휘도 발광다이오드(LED)와 광통신부품, 카메라 모듈 부품을 3대 중점분야로 선정해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착수하는 등 국내 광산업 육성을 주도할 중추기관으로서 사명을 다했다. 그중 LED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유영문 단장은 실내외 간접 조명이나 자동차 전조등 등에 응용되는 2500루멘(㏐)급 LED광원 모듈과 반도체 조명용 백색 LED 제작에 응용할 수 있는 400나노미터(㎚) 자외선 LED 칩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연이어 발표했다.
전영복 한국광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도 광산업 민간추진주체기관으로서 올해 국제광산업전시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광산업체의 해외 마케팅과 자금 지원 등 내조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부설 고등광기술연구소 이종민 소장은 국내 최초로 극초단 레이저를 이용해 고에너지의 양성자 빔 발생에 이어 극초단 레이저를 이용한 X선 레이저 발진에도 성공했다. 이로써 전자 빔과 양성자 빔, X선 레이저 발진까지 모두 성공하는 국내 유일한 연구소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같은 GIST 부설 과학기술응용연구소(소장 이선규)도 대학과 연구소 등이 보유중인 400여 개의 사업화 가능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기 위해 포럼이 결성하는 등 과학기술 응용사업에 매진했다.
김봉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광통신연구센터장은 광주지역 아파트 단지에 FTTH 인프라를 구축해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를 제공해 광주가 FTTH 선도 모델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발판을 놓았다. 배정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광주연구센터 소장도 광주첨단과학연구단지에 신청사를 준공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이용한 차세대 조명기구를 비롯해 첨단부품소재와 광·에너지,마이크로 금형 등에 대한 사업을 본격화했다.
기업지원기관에서는 남헌일 광주테크노파크 원장과 유은영 광주전략산업기획단장이 광주지역 전략산업인 광산업과 부품·소재,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김강진 전자부품연구원 광주지역본부장은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기틀을 다지는 등 광주디지털가전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광주지역 정보기술(IT)과 문화기술(CT)산업 육성을 총괄하고 있는 김영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은 컴퓨터형성이미지(CGI) 전문인력 양성과 게임인력, 광인터넷 기반의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을 추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산업계
광주 광산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진 한해였다. 그중 광통신 부품업체인 휘라포토닉스 문종하 사장과 피피아이 김진봉 사장은 국내 광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10월 광산업기술대상(대통령상)과 광산업 최우수상(국무총리상)을 각각 수상해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이와 함께 광통신 부품업체인 신한포토닉스 주민 사장은 세계적인 통신회사인 스웨덴 에릭슨과 손잡고 광통신 부품 개발 및 수출에 박차를 가했으며 우리로광통신 김국웅 사장 역시 국내외 FTTH망 구축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내년 매출 100억원 달성을 예고했다. 광케이블 전문업체 글로벌광통신 박인철 사장은 FTTH 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케이블을 개발해 올해 40%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으며 발광다이오도(LED)를 이용한 옥외 경관 조명분야로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능동 광통신 부품개발업체의 선전도 이어졌다. 광 송·수신모듈 제조업체 오이솔루션 추안구 사장은 저밀도파장분할(CWDM) 소형 광트랜시버인 스몰 폼 팩터 플래그블(SFP) 등의 제품으로 해외시장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광통신용 트랜시버 전문개발업체인 휴먼라이트 박인식 사장도 디지털 비주얼 인터페이스(DVI) 모듈과 미디어 컨버터, 광 통신 모듈 등을 개발해 본격 시판에 들어갔다. 전주 소재 옵토웰의 양계모 사장은 가시광 영역의 고온구동 red-수직공진표면발광레이저(VCSEL)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IT업계에서는 광주지역 정보보호 전문기업 에듀위즈 문승주 사장이 미국·인도 등 해외에서 정보보호 인력양성 및 기술교류 사업의 물꼬를 텄으며 광주지역 모바일 게임 1호 개발업체인 인터세이브 이갑형 사장은 SK텔레콤을 통해 본격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고 해외로 진출해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전북 전주 소재 모바일 솔루션 벤처기업 시스벤 유제정 사장은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시스템을 미국에 수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여 2년 연속 전주스타벤처기업(육성)으로 선정되는 기염을 보였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