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눈]팬택을 살려야 하는 이유

총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부채 가운데 기업어음과 회사채 등 단기채무가 8000억원에 이르는 심각한 현금흐름.

중소 휴대폰 업계의 성공모델, 우리나라를 이동통신 강국으로 끌어올린 주역 가운데 하나로 칭송받던 팬택계열은 어느새 초라한 모습만 남은 듯하다. 올해부터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곤 하지만, IT 업계 종사자들 대다수는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한다. 지난 수년간 팬택계열의 화려했던 성공신화와 한국 휴대폰 산업에 끼친 질적·양적 기여도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업계는 한 목소리로 팬택계열의 회생을 바라고 있다. 이유는 단 한가지, 팬택계열이 우리나라 휴대폰 산업, 나아가 IT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덕분이다. 팬택계열의 추락은 비단 일개 회사의 문제가 아니다. 협력관계에 있는 수십, 수백개 중소 휴대폰 부품업계에 미칠 직접적인 파장은 물론이고, 국내 휴대폰 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대외적인 시선도 간접적인 여파를 가져올게 뻔하다.

어떤 이들은 더이상 ‘동정론’에 매이지 말고 시장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팬택계열의 진로가 정해져야 한다고도 판단한다. 순리를 따르지 않고 억지로 끌고 간다면 그 부담은 금융권, 곧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어지고 업계에도 파행적인 역효과만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난 IMF 구제금융 당시를 떠올려보자. 재벌계 대기업들이 줄줄이 어려움을 겪을때, 수십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국민들의 세금으로 부담했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대기업들의 부실 채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았던 셈이다. 부실 규모가 그들보다 적고 팬택계열의 상징성이 있으니 부채를 탕감해주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가 다분히 일시적인만큼 애정을 갖고 좀 더 기회를 주자는 얘기다. 물론 전제조건은 있다. 조속한 시일내 뼈를 깍는 자구책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팬택계열이 사라진 빈자리를 삼성전자·LG전자가 아닌 모토로라·노키아 등 해외 휴대폰 업체들이 차지하며 반사이익을 얻는 때를 생각해보자. 팬택계열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은 물론이고 정부와 업계 모두가 나서야 한다는 호소가 막연히 애국심의 발로만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