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렌즈]일관성의 함정

 최근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을 놓고 벌어지는 일련의 움직임은, 4년전 삼성전자의 화성단지 증설 때와 너무도 닮아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02년 쯤부터 일어났던 일로 기억된다며, ‘삼성전자가 화성단지 증설을 정부에 요청했으나 수도권규제 법령 때문에 무산됐던’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사실 삼성전자는 당시 화성·기흥단지를 중심으로 한 야심찬 반도체클러스터 조성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부 규제에 묶여 진척이 안되자 울며겨자먹기로 ‘온양에 팹을 건설한다’고 발표를 해 버렸지요. 하지만 온양공장은 크린룸 기초설비까지만 갖추고 방치했죠. 결과는 다 아시는 대로 입니다. 화성지역 수도권규제가 풀리면서 온양은 후공정공장으로 돌리고 지금의 ‘화성·기흥 세미콘클러스터’ 구축 구상을 뒤늦게 공식 발표하는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2006년 현재. 당시 삼성전자 때와 판에 박힌 듯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아직 확정은 안됐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정부 발표에서 하이닉스 이천단지 증설 허가가 빠진 것과 현재 진행상황을 볼때 ‘물건너간 것’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하이닉스에게 이천단지가 아닌, 청주 또는 제3의 장소에 팹을 건설할 것을 간접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2002년 삼성전자가 온양공장에 터를 닦은 것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하이닉스 사안에서만큼은 정책의 일관성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은 효과가 좋을 때에만 존중되어야 한다. 아직 결론은 안 났지만, 하이닉스는 과거 삼성전자의 뼈아픈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덕영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대만 정부의 정책과 금융은 반도체산업을 최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반도체하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면서 기업을 불러들이고 있다”며 “우리 반도체산업이 현재에 자만해 증설을 미적거리면, 반사이익은 모두 대만 등 해외기업들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