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강국 선언 1년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노무현 대통령이 “IT코드를 SW코드로 바꾸겠다”고 밝히면서 불붙기 시작한 SW 강국 열풍은 국내 SW업계에 적지 않은 힘을 보태줬다. 이후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나서 공공기관의 국산 SW 구매에 불을 댕겼고 국내 업체도 굿소프트웨어(GS) 인증 등 품질 개선을 통해 이에 화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열기가 다소 시들었다. 정부는 나름대로 SW 산업 육성 정책을 펼쳤다고 자부하지만 관련업계는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SW 강국 선언 1년의 성적표를 체크하고 앞으로 나갈 길을 찾아봐야 할 때다. SW 강국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 1년은 선언 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전자신문은 지난 1년간 국내 SW 산업의 위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중기획으로 내보낸 ‘소프트웨어(SW) 강국으로 가는 길’ 시리즈 마지막회로 ‘SW 강국 선언 1년 성과와 과제’이라는 주제로 정부와 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좌담회를 갖고 대안을 찾아봤다.
◇참석자
김병국 티맥스소프트 사장
박재문 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진흥단장
유영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최헌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가나다 순)
※사회 박승정 전자신문 솔루션팀장
◇사회=SW 강국 선언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 SW업계는 SW 강국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다. 국내 SW 산업이 태동한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여기에는 정부의 역할이 컸다. 정책적 성과부터 들어보자.
◇박재문 단장=우선 정책적인 측면에서 많은 변화들을 시도했다. SW 공공구매를 민간 부문에 확산했고 국제 표준에 맞춘 사업관리에 관한 일반 기준도 마련했다. SW 용역 계약에 관한 여러 변화도 가져왔다. 하도급 거래의 사전 승인제도도 도입했다. 과업 변경에 대한 적정한 대가의 체계를 마련했다. 또 SW 제안서 보상제도의 실질적 집행 근거나 제도도 도입했다. GS 인증 등을 통한 기술성 평가를 강화해 SW 품질 개선에도 노력했다. 임베디드SW와 리눅스를 전략적 SW로 육성했다. 임베디드SW지원센터 설립이 이를 말해준다. 광주광역시는 리눅스 시범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IT서비스분야는 해외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는 한 해였다. 내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날 것이다. 정부는 최선을 다해 정책적으로 뒷받침했다.
◇유영민 원장=한국SW진흥원은 현장에서 정책이 실행되도록 많은 일을 했다. 정통부에서 마련한 SW 산업 육성 정책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실행되도록 현장 중심의 실행에 운영의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정부의 정책에 업계에 실질적으로 많이 반영됐다고 본다. 올해 미진했던 부분은 파악해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 전자정부의 해외 진출이 그 하나의 예다.
◇사회=정책적으로 많은 사안들이 추진됐다. 정통부와 진흥원의 노력도 묻어난다. 정부 정책에 대한 업계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김병국 사장=패키지 SW에 국한해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IT서비스에서 15년 일했고 패키지 SW에서 4년째 몸담고 있다. 2006년 한 해 정부에서 노력한 내용은 SW업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업계의 숨통이 트이고 개선의 여지도 봤다. 하지만 IT서비스 업계에 치중된 측면이 있다. 정부 정책이 최빈가 적용과 GS 인증을 통해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 빼고는 대부분 IT서비스에 치중된 것으로 보인다. SW 산업 발전은 IT서비스와 패키지 SW가 합해져야 효과가 난다. 그런 측면에서 패키지 SW의 갈 길은 아직 요원하다.
◇최현규 회장=국산 SW가 여전히 제값을 못 받고 있다. 올해 정통부의 SW과가 단으로 승격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달라지고 법 제도도 바뀌었다. 하지만 공공부분 구매자들의 국산 SW에 대한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 SW업체 난립도 문제다. 영세한 기업이 많다. 올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신고된 SW업체만 7560개다. 이 중 80% 정도가 매출 10억원 미만이다.
IT서비스업체는 SW업체를 줄세우려 한다. 대기업 IT서비스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상생을 강조하지만 실무자 선에서는 줄세우기기가 여전하다. 중소기업에 ‘우리하고만 거래하라’고 요구한다. 다른 곳하고 거래하면 거래를 끊어버린다. 보이지 않는 압력이 존재한다. 이는 SW 가격 인하로 이어져 SW업체의 경쟁력 저하로 나타난다.
◇박재문=SW 산업 육성 정책이나 제도는 IT서비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의도적으로 중소 SW 패키지 업체를 보호하고 배려하려고 한다. 다만 업체가 아직 정책의 배려에 대한 체감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시차가 있어 보인다. 정책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IT서비스업체 위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혜택은 SW업체로 가게 만들도록 노력했다. 하도급 관련 제도도 중소 SW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내년에는 중소 SW업체나 패키지 SW업체에 직접적인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
◇유영민=정부에서 계약에 관한 것은 수 십년에 걸쳐 검토돼 왔다. 같은 품질에 물건을 싸게 사면 보상을 받는 것이 공무원 계약의 핵심이었다. 이러한 계약 관행은 좋은 물건을 공급받기 어렵고 궁극적으로 좋은 SW를 공급받을 수 없다. 정부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관행을 바꾸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사회=업계와 정부의 이런 괴리감은 왜 생기는 것인가. 원인과 해법을 들어보자.
◇김병국=정통부에서 SW산업 육성을 위해 움직이면 다른 부처에서 따라주면 좋겠다. 다른 부처는 여전히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의 통합발주시스템 구조하에서는 정부 육성 정책이 패키지 SW업체에 오기까지는 실질적으로 시간이 걸린다. SW업계는 SW 분리발주를 원했다. 정부 프로젝트에는 수백개의 패키지 SW가 들어간다. 현실적으로 전면적인 SW 분리발주는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분리발주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시행하면 된다. 진흥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중요성과 보편성, 품질 등을 따져 SW 분리발주를 해도 나중에 하자가 없게 하면 된다. 행정상 어려움도 없을 것으로 본다.
대표적인 패키지 SW인 전사자원관리(ERP)는 무조건 분리발주한다. 신한은행도 차세대 시스템 구축하면서 프레임워크를 분리발주한 후 IT서비스업체를 선정했다. 공공기관이라고 안 될 것은 없다.
◇박재문=일단 법에는 분리발주가 원칙이다. 통합발주할 수도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통합발주가 관행이 돼 고치기가 쉽지 않다.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다. SW 분리발주에 대한 범위를 잡아 업계와 정부·언론·학계 등이 모여 구체적인 논의를 해보자.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 있는지 논의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반대의견도 없지 않다. 건설의 경우 분리발주에 따른 병폐도 있다.
◇유영민=SW 분리발주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분리발주의 원래 취지는 중소 패키지 SW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발주 인력이 부족하다. 솔루션을 누가 연결할 것인지도 문제다. 유지보수 문제도 있다. SW 분리발주를 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가이드라인을 한번 만들어 보겠다. 공공기관 중 분리발주가 가능한 부분을 한번 정리해 보겠다. 분리발주가 가능한 패키지, 툴 등을 구분하는 작업을 내년에 해볼 생각이다. 분리발주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해서라도 중소 SW업체가 공공 시장에 진출하고 생계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SW업계도 GS 인증 등을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
◇사회=그렇다면 국내 SW 산업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가. SW 분리발주가 필요하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닌 것 같다. 근본적으로 SW업계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최헌규=SW업체들은 자본 구조가 취약하다.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해야 한다. 돈의 흐름을 원할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벤처캐피탈이 투자해야 하지만 90년 말 묻지마 투자 때 투자손실을 소극적이다. 초기에는 투자를 안 하고 과일이 익을 때 고가로 단기 투자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SW업체가 나서야 한다. SW업체가 SW업체들 더 잘 안다. 다우기술(그는 다우기술 사장임)은 좋은 SW 기업에 투자하고 마케팅해주며 윈윈 전략으로 간다. 잘되면 M&A할 수 있고 함께 갈 수도 있다.
◇김병국=IT서비스업체, 패키지 SW업체 모두 국내에서 버티기에는 폭발 직전이다. IT서비스는 그룹별로 나뉘어 있고, 국내 SW 시장 세계 시장의 1%밖에 안 된다. 세계로 나가야 한다. 해외로 나갈려면 이익이 필요하고 이익을 낼려면 제값을 받아야 한다. 예전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이익 내기는 힘든 구조다. 선진국들은 컴퓨터공학과 입학정원이 기하급적으로 올라간다. 기업 수요가 많고 학교도 는다. 우리나라는 거꾸로다. 이래 가지고는 SW 강국이 될 수도 없고 해외로 나갈 수도 없다. 90년대 초반은 똑똑한 학생들이 컴퓨터 공학과 갔는데 이제는 미달이다. 사람이 없으면 해외로 못 나간다. 이것이 해결되려면 SW 제값받기가 선행돼야 한다. 청년실업 해결하는 데 SW가 최고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SW를 기피한다. 비극이다.
◇유영민=진흥원은 최근 정책들을 리뷰해봤다. 정책은 중소 패키지 SW업체에 맞춰져 있다. 정책이 정착이 잘 돼서 중소 패키지 SW업체들에 혜택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중소 SW업체들이 공공시장을 발판으로 민수, 그 다음에 해외 시장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모든 제도들은 공공에서 출발한다. 현장에서 풀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 상생이 중요하다. 오늘 티맥스소프트가 있기까지 IT서비스업체의 공도 있다. 중소 SW업체가 해외로 나가는 것은 IT서비스업체와 같이 나가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매개 역할을 진흥원이 하겠다. 이해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는 자리 마련하겠다.
◇박재문=SW 제값 받기 정착이 중요하다. 티맥스소프트도 같은 경우는 옷(내수 시장)이 좀 작다. 이제는 해외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글로벌화가 핵심이다. 국내 시장은 매출 10억원 이하 업체들이 출혈경쟁하고 있다. 대기업에 필적할한 경쟁력을 갖춘 SW업체도 여럿 나와야 한다. 해외 진출이 관건이다. IT서비스업체와 상생협력, SW 동반 진출도 가능하다. 정통부는 해외 시장 진출을 돕는 방안을 찾아보겠다. 정부간 협력이나 해외 마케팅 부분에서 업계를 도와줄 부분이 있을 것이다. SW기업 스스로도 품질을 높여나가는 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SW라고 하면 최소한 국제기준을 갖추었다는 평가가 글로벌 시장에서 나와야 한다.
◇사회=SW 강국은 총체적인 문제다. 1인당 연간 국민 소득 3만달러 달성을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SW 강국 건설에 대한 첫삽은 떴다. SW의 값어치를 인정하고 우수한 인력이 SW업계에 모이면 SW 강국은 생각보다 빨리 실현될 수도 있다. 내년 SW 강국 도약을 기대한다. 정리=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