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집행위도 주요 LCD업체들의 가격 담합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드러나 ‘LCD업계 담합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 미국, 일본 공정경쟁 당국에 유럽까지 가세한 데다 조사대상도 국적을 불문하고 주요 LCD업체가 모두 포함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3일 샤프, 제이코엡슨, 도시바, NEC 등 일본 LCD 패널업체가 가격담합과 관련해 미국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AUO코리아 관계자는 “가격담합과 관련해 대만 본사를 제외하고 한국, 미국 등에서 공정경쟁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고 시인했다. 또 치메이옵트로닉스, CPT 등도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경쟁 당국이 제기하는 가격담합 의혹 시기는 지난 2003∼2004년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이 모니터 패널에서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때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이 담합혐의와 관련, LG필립스LCD 등 패널업체를 상대로 소비자피해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보여 가뜩이나 수익률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LCD업계가 적지 않은 홍역을 치를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LCD 패널을 생산하지 않는 미국 PC 및 TV 세트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샤프 등 아시아 가전업체들이 LCD 패널 생산조직을 갖추고 세계 TV와 모니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조사를 배후에서 주도하는 세력으로는 델 등 미국 PC 메이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자체 패널 생산체제를 갖추지 못한 미국 세트업체들이 가격경쟁력에서 불만을 가졌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삼성전자, 샤프 등 패널을 자체 조달하는 업체들이 최근 LCD TV, LCD 모니터 등에서 미국 업체를 따돌리고 세계 1위에 오른 것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며 “EU집행위가 뒤늦게 조사에 착수한 것은 유럽지역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측면이 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세트업체들이 LCD 패널의 추가 판가하락을 압박하려는 카드로 경쟁당국 제소를 주도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