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계열 부품업체 살리기 동참 움직임 확산

 팬택계열이 지난 11일 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한 가운데 국내 부품회사와 일본 카시오 등 해외 협력업체들의 지원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부품업체들은 핵심 공급처 부재 가능성을 고려하며 내년도 사업계획 재조정에 들어가는 한편 연간 1조5000억원 규모의 부품을 구매하는 팬택계열의 기업개선작업 신청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휴대폰 부품업체들이 팬택계열보다는 삼성전자·LG전자 의존도가 높아 개별적으로는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겠지만 팬택의 정상화 여부가 연간 1조원 이상의 시장을 좌우하는만큼 국내 부품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품업계, 팬택 살리기 동참 움직임 확산=팬택계열 협력업체들은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다짐하고 나섰다.

 특히 팬택계열에 휴대폰 금형사출을 공급하는 한 중소기업은 ‘아름다운 동행’을 약속해 훈훈한 감동까지 주고 있다.

 덕성엠앤피(주)는 13일 확대 간부회의를 갖고 팬택에 대해 최대한의 동지애를 발휘하기로 결정했다. 덕성엠앤피 측은 “고객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해 소홀히 대하는 태도는 용납될 수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제품 하나라도 정성스럽고 철저하게 만들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거래처들도 정상거래를 약속했다. 카시오·야마하 등 팬택계열과 거래하는 업체들은 지난 12일 e메일을 통해 경영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수 해소됐으며, 지급조건을 변경하지 않고 정상거래에 나서겠다고 밝혀왔다.

 앞서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은 지난 11일 기업개선작업 신청 직후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한 통의 협조 편지를 발송했다.

 박 부회장은 이 편지에서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로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정중하게 양해를 구한다”며 “팬택계열의 잠재력과 미래의 가능성을 믿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조기에 기업개선작업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이어 “회사가 정상화된 이후에는 성장과 발전에 따른 모든 결실을 협력업체와 함께 나눌 것”이라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강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믿고 성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팬택계열 부품부문 현황=팬택계열이 연간 구매하는 부품의 규모는 베이스밴드 칩을 포함해 LCD·카메라모듈·케이스 등을 모두 합쳐 총 1조5000억원 정도에 이른다. 이 중 퀄컴이 독점하고 있는 베이스밴드 칩을 제외하면 연간 1조원 시장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팬택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아직도 납품대급을 받지 못한 액수는 약 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당수 업체는 6개월 전부터 팬택계열에 대한 공급 비중을 조절해왔으며, 매출 채권의 일부는 이미 할인을 통해 현금화됐다. 그러나 팬택계열 부품 협력사들은 외상 매출 채권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장기적 공급처 부재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기업개선작업이 받아들여지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팬택 매출 의존도가 높은 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기업개선작업이 부결되면 미수금 때문에 회사 사정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