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국내 중소PC제조업체에 마이크로프로세서(CPU)를 공급할 유통 협력업체(대리점)를 추가로 선정, 10여년간 유지해왔던 3자 유통체제에 변화를 줬다. 인텔은 중소PC업체들에 대한 서비스 품질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관련 업체들은 AMD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했던 조립PC시장에 인텔이 본격적인 공세를 펼 준비를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중소 PC제조업체들은 인텔의 유통 정책 변화가 CPU의 안정적 공급과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촉각을 곤두 세웠다.
14일 PC제조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신생 유통전문업체 코잇(대표 손창주)을 새 대리점으로 추가, 전국의 중소PC제조업체와 조립PC업체에 CPU를 공급하도록 맡겼다. 코잇은 기존 인텔의 유통 협력사인 삼테크 소속 임직원들이 나와 설립한 회사로 인텔 제품 유통만 전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 삼보컴퓨터를 제외하고는 피씨디렉트, 인텍앤컴퍼니, 삼테크 등 3개의 대리점들이 CPU을 전담하는 영업방식을 취해왔다. 이는 3자 파트너가 가격담합을 막고 경쟁 유도에서 가장 유리하다고 보고 상당기간 이를 유지해왔다.
이에 대해 고춘일 인텔 채널영업본부장은 “기존 대리점들이 직접 중소PC업체들을 만나지 않고 딜러를 통해 간접 영업을 하면서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고객 불만이 높았다”면서 “신생 대리점은 직접 고객을 만나고 기술 지원을 강화해 서비스 품질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인텔의 이번 조처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AMD가 주력하고 있는 조립PC시장까지 세력을 확대하기 위한 툴로 내다봤다.
AMD CPU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인텔이 4자 대리점 체제를 통해 경쟁을 유도하고 PC방시장에도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가운데 가격 인하 압력이 거세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소PC제조업체 관계자는 “인텔이 진정으로 서비스 품질을 높이겠다면 대기업 우선의 물량 공급 정책을 버리고 중소 고객들에게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안정적인 공급을 해줘야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