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달러 이하의 저가폰이 수백 달러에 달하는 고가폰과 함께 휴대폰 산업에서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저가폰 시장은 누가 뭐라고 해도 빅 플레이어로 가기 위해 장악해야 할 시장이 됐으며, 팹리스 업체들 또한 저가폰 시장을 간과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기 힘들게 됐다.
대표적인 국내 팹리스 업체들은 원가를 3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저가형 프로세서를 출시하고 있다. 코아로직과 엠텍비젼 등 카메라 프로세서 전문업체들은 저가 폰에도 VGA(640×320화소)급 수준의 카메라가 기본적으로 장착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저렴한 가격의 프로세서를 내놓았다. 이들 제품은 부가 기능을 제외하고 기본 기능에만 충실해 다른 제품에 비해 가격이 30% 정도 저렴한 것은 물론 크기 또한 20∼30% 정도 작다. 이들 업체는 저가형 제품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해 중국과 유럽 업체들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이엠엘에스아이도 16M 램에서 용량만 떨어뜨린 8M 제품을 내년 초까지 만들어 저가폰 시장을 공략한다. 새로 추진하는 CMOS 이미지센서도 마스크 공정을 대폭 줄여 가격을 30% 정도 낮춰 내놓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제품들은 기존에 갖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격을 낮추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개발 기간도 다른 제품에 비해 절반 정도 밖에 들지 않는다. 또한, 저가폰 제품들은 모델도 많지 않아 채택이 될 경우 물량에 의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도 꼽을 수 있다. 저가폰에 맞는 프로세서를 출시하는 업체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품질좋고 가격만 저렴하면 저가폰에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고가폰 시장과 저가폰 시장은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빠른 기능 진화에 발맞춰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연간 수 백개의 모델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그 중 많은 모델이 시장에서 채 빛을 보지도 못하고 사라졌다. 고가형 제품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필요한 전략이었다.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성장 동력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보다 발빠른 대응과 맞춤형 공급이 주요 전략이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디자인이 생명이었던 고가폰과 달리 저가폰의 생명은 아웃소싱과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휴대폰 업체들은 자체 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디자인하우스에 아웃소싱을 통해 디자인부터 부품 구매까지 대행한다. 소니에릭슨도 저가폰은 대만 업체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ODM)하고 있으며, 생산도 생산전담회사(EMS)를 이용하고 있다. 고객이 달라진다는 것이며, 고가폰과 전혀 다른 마케팅 조직까지 구축해야 한다.
이방원 애트랩 사장은 “중국은 이미 휴대폰 시장이 디자인하우스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터치센서를 공급하기 위해 이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