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업계, 신권지폐와의 `전쟁`

 “어, 커피자판기가 왜 돈을 뱉어내지?”

새로운 주화와 신권 지폐의 발행을 앞두고 전국에 깔린 자판기 40만대의 업그레이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부터 기존 자판기가 신권을 인식하지 못해 커피 한잔 마시려 할 때도 불편을 겪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롯데칠성, 코카콜라 등 주요 음료회사들은 요즘 자체 운영하는 자판기망의 화폐인식기 교체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자판기에서 흔히 사용되는 1000원권 지폐인식기를 신권 인식이 가능한 뉴버전으로 교체하는 비용은 대당 25만원 내외. 전국에서 운영되는 자판기의 절반만 교체해도 최소 500∼600억원의 비용부담이 발생한다. 교체비용이 부담스럽다고 자판기를 그냥 방치해 두면 1000원 신권이 대량 유통되는 내년 여름부터 먹통 자판기가 속출해 음료 매출이 30%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롯데칠성(자판기 3만5000대)과 동아오츠카(1만5000대), 코카콜라(1만대), 해태음료(1만대) 등은 손해를 감수해도 가능한 빠른 시일내 음료 자판기를 전면 교체할 예정이다.

하지만 영세 자판기 운용업체의 경우 비용문제로 지폐인식기 교체를 포기할 가능성도 높아 소비자들의 불편은 가중될 전망이다.

반면 자판기 매출에 영향이 미미한 10원짜리 동전은 새로운 규격의 주화 발행에도 불구하고 자판기업계의 외면을 받고 있다. 자판기 제조사 롯데기공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10원 동전으로 음료를 사먹는 비율이 극히 낮기 때문에 기존 자판기에 굳이 신형 주화인식기능을 채택할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0원짜리 동전은 자판기 시장에서도 화폐로서 통화가치를 급속도로 잃어갈 전망이다.

국내 자판기업계에서 신권발행 때문에 지폐인식기를 전면 교체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덕분에 지폐인식기를 제조하는 CK테크놀로지, 복광 등은 내년도 자판기시장에서 반짝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동아 오츠카의 한 관계자는 “자판기의 교체작업이 지연되면 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되지 않겠느냐.”면서 “자판기 교체비용에 대해서 정부가 세제감면 등의 간접지원이라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1000원권 지폐는 약 7억장. 신구 화폐의 세대 교체 속에 자판기업계는 당분간 ‘돈과의 전쟁’을 치뤄야 한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