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저렴한 제품을 내놓는다고 해서, 저가폰 시장에서 성공을 보장 받을 수 있을까.
가격 인하만으로는 중국·대만 팹리스 업체나 대량 생산체계와 유통 조직을 갖고 있는 글로벌 업체에 밀릴 수 밖에 없다. 저가폰 시장에서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허재관 이지펙스 부사장은 “최근 중국이 팹리스 업체를 육성하기 위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지금은 국내 업체들에게 제품에서 밀리겠지만, 저가 제품에서는 조만간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업체가 퀄컴이다. 베이스벤드 칩업체인 퀄컴은 남미와 인도 등 신흥 시장 공략을 위해 CDMA·WCDMA 베이스밴드 칩에다 RF 송수신칩·전력관리 칩 등 4개의 칩을 하나로 통합한 제품을 조만간 내놓았다. 퀄컴은 내년부터 이 저가용 칩에 영업력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퀄컴의 이같은 전략 변경에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 깔려있다. 절대적으로 물량이 많은 저가용 베이스벤드 칩 수요는 물론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칩 시장 마저 장악하겠다는 계산이다.
퀄컴의 저가 칩을 사용할 경우 휴대폰 업체들은 전체 비용을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멀티미디어 칩보다는 결코 낮지 않다. 이 제품은 아직 휴대폰에 채택돼 양산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향후 퀄컴의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퀄컴은 바라보고 있다. 저가폰 시장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을 집적한 저가폰용 프로세서의 경우 물량까지 많기 때문에 오히려 고가 제품보다 효자상품으로 등극할 수도 있다. 필요한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내놓는 통합칩은 여러 부품을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가격을 줄일 수 있으며, 크기까지 줄인다면 인쇄회로기판(PCB)나 케이스 제작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다. 또한, 휴대폰 업체들로부터 디자인을 아웃소싱 받은 디자인하우스들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개발 노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도 저가폰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원가를 가장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를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저가폰 시장이라 할 지라도 시장 진입 초기부터 과감한 R&D 투자를 진행해야하며, 플랫폼 개발을 위해 다른 분야의 업체들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코아로직은 이미 통합 멀티미디어 칩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아로직은 지난해 11월에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전문업체인 와이드칩스를 인수했으며 지난 11일에는 모바일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솔루션 전문업체인 엠큐브웍스를 227억원에 인수했다.
황기수 코아로직 사장은 “중국 여러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플랫폼을 개발, 디자인하우스를 공략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아무리 저가폰 시장이라고 할 지라도 결국은 기술력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