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면 맞은 `방송통신위` 법안

정부가 지난 6일 입법예고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가운데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던 위원회 구성방식(제4조)을 ‘대통령 임명제’에서 ‘국회 일부 추천제’로 전면 수정, 새 국면이 열릴 전망이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의견이 반영됨에 따라 국회 의결을 위한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 김희정 의원은 17일 “정부안에 반대하며 방송통신위원회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문제여서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기로 했다”는 당의 방침을 설명했으며 “방송통신융합을 더 이상 늦출 수 없기 때문에 법률안을 축조(세부조항만들기) 심의할 시점이지만 아직 위원 수를 5명으로 할지, 9명으로 할지 등을 당론으로 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해 이견조율을 향한 일말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1 대 1 통합 당사자인 방송위원회 측도 “내용 몇 개 수정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위원의 직무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국회 동의를 얻거나 추천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는 추진방안을 건의한 바 있어 이견 폭이 얼마간 줄었다. 최민희 방송위 부위원장도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법안에 반대하는 것이지 기구개편 논의에 불참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논의에 성실히 참여한다는 것이 방송위 입장”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선임시 국회 추천 수용= 지난 15일 방송통신융합추진위(이하 융추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공청회와 입법예고 기간에 수렴된 각계 의견을 반영해 위원선임시 국회 추천을 반영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국무총리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기존 입법예고안은 위원 전원을 대통령이 임명키로 해 직무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야당과 몇몇 시민단체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던 부분이다.

박종구 방송통신융합추진지원단장(국무조정실 정책차장)은 “위원 선임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를 해서 국민 여론을 겸허히 수렴할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국민 대표성을 가진 국회 추천이 있어야 한다는데 위원들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국회 추천을 받는 방식으로는 △5인의 상임위원 일부를 국회가 추천하는 1안 △5인의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비상임위원을 국회가 추천하는 2안으로 정리됐다. 두 안에 대해 추진위원들의 의견이 팽팽해서 둘 다 건의하기로 한 것. 1안의 국회 추천 몫을 몇 명으로 할 지, 2안의 비상임위원의 수 등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하지 않았다.

◇전망과 변수= 융추위의 이번 위원선임 방식의 수정은 정부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새로운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가장 큰 갈등점을 풀어낼 실마리를 제공함으로써 정권 쟁취 여부에 관계없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을 만한 위원 구성방식’의 여지를 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독자입법안 제출을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어서 여전히 국회 통과는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법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송위의 기본방침에도 아직은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내용 몇 가지 수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 방송위는 위원의 직무독립성 뿐만 아니라 사무처 직원의 직무독립성도 보장되어야 하고, 합의제 성격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말의 국면 전환 가능성이 열렸으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다. 방송위 한성만 노조위원장역시 “기본적으로 이번 정부법안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은용·권건호기자@전자신문, eylee·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