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IT 열풍에 힘입어 벤처기업 메카로 떠오른 서울 강남구. 2000년대 들어 벤처거품이 꺼진 후 중소·벤처기업의 안식처로 자리잡은 구로·가산동의 서울디지털산업단지. IT기업 CEO라면 두 곳 모두 회사의 터전으로 한번쯤 떠올렸을 만한 곳이다. 하지만 몸에 맞는 옷을 찾는 것처럼 한번씩 입주한 후 사옥을 고를 수는 없는 법. 이미 두 곳에 자리잡은 기업의 경험담을 통해 회사에 맞는 ‘옷’을 찾아보자.
◇구로가 좋아=콘텐츠업체 옴니텔(대표 김형열)은 지난해 11월 역삼동에서 구로동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 회사는 지난 98년 설립 이후 줄곧 강남의 오피스빌딩을 임대해 써왔으나 △높은 임대비용 △지상파DMB사업 진출에 따른 사무공간 확대 등의 이유로 아파트형 공장을 분양받았다. 분양비 22억원 중 15억6000만원은 차입금을 이용했으며 나머지는 보유 현금으로 해결했다. 차입금 중 8억원은 입주기업용 우대금리(연 4.5%)를 적용받았다. 사옥 매입에 따른 취득·등록세도 면제받았다. 역삼동 시절에는 관리·임대료를 포함해 매월 3100만원이 고정적으로 지출됐으나 이전 후에는 매월 1800만원이면 원리금을 같이 상환할 수 있다. 사무공간은 늘어났지만 고정비용은 줄어든 셈이다.
도심권 이탈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는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인근 단지에 입주한 동종 중소업체와의 시너지 효과가 더 커졌다. 김보민 경영지원본부장은 “쾌적한 근무환경으로 직원만족도와 업무효율이 높아졌으며 비용 측면에서도 적지않은 효과를 거두었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강남=지난 2004년 청담동 임대빌딩을 떠나 가산동으로 옮겼던 모바일콘텐츠업체 야호커뮤니케이션(대표 양두현)은 지난 6월 다시 강남(신사동)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올들어 신규 핵심성장동력으로 채택한 바이오사업을 위해서였다. 박성기 사업총괄본부장은 “바이오사업의 최대 수요처가 될 성형·정형외과 등 다수의 병원시설이 강남권에 위치했기 때문”이라고 강남행 배경을 설명했다. 회사는 급매물로 나온 6층짜리 빌딩(옛 그라비티빌딩)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했다. 95억원에 달하는 매입비용 중 45억원은 유보금을 활용했고 50억원은 은행권을 통해 마련했다. 기존 가산동의 아파트형 공장 사무실은 제조사업부를 위해 지점으로 남겨두었다. 자연스레 월 2500만원에 달하는 이자비용과 단기유동자금 감소로 인한 부담이 커졌지만 임대수익(2개층)이 월 4200만원에 이르고 이미 30% 가량의 시세차익을 확보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두 곳 모두 단점도 없지 않았다. 구로·가산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경우 문화·교통 등 지원시설이 미흡하다는 점, 강남권은 물가 등 지역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높은 제반비용이 각각 단점으로 언급됐다. 그러나 앞서 예를 든 두 회사 모두 사업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옥을 이전한 만큼 사업환경 측면에서 마이너스 효과는 없다고 자평했다. 본사나 사무실을 옮기려는 기업들의 선택은 이제 CEO의 몫이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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