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이후 미국과 영국 등 각국 정부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전자여권(e패스포트)이 기존 여권보다 오히려 더 쉽게 복제돼 각종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BBC인터넷판은 컴퓨터 전문가들의 증언을 토대로 시중에서 판매하는 전자태그(RFID) 리더만 있으면 전자여권에 디지털 코드로 저장한 각종 개인 신상정보를 빼내 복제 여권을 만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자여권에 내장된 RFID칩이 무선으로 개인정보를 송신하는 원리를 역이용해 RFID칩과 공항검색대 단말기 간 주고받는 데이터 전파를 중간에서 몰래 가로채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자신의 여권에 담긴 개인정보를 RFID 리더로 PC에 내려받아 새로운 RFID칩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복제 여권을 만드는 데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국 출입국 대변인은 “사진파일을 제외하고 여권의 개인정보는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며 설사 RFID칩을 복제할 수 있다고 해도 RFID칩은 전자여권이 가지고 있는 여러 보안기능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EU 보안연구단체 FIDIS 역시 유럽 국가들이 추진 중인 전자여권 시스템이 보안공백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전자여권 도입을 철회하고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카이 란넨버그 프랑크푸르트대학 교수는 “전자여권을 해독하는 메커니즘이 여권번호와 소지자의 성명·생일 등 여권에 버젓이 표기된 숫자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리더와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조작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