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발효될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기술유출방지법)’을 두고 금융권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검토에 나서는 등 업계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는 기술유출방지법이 발효되면 대우일렉트로닉스와 하이닉스 등의 경영 정상화과정에서 채권단의 지분 매각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크고 LG필립스LCD처럼 합작법인 지분 정리작업에도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기술유출방지법 시행령을 만드는 작업에 돌입하자 워크아웃 기업 채권단을 중심으로 이 법이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금융계는 법률 검토를 거쳐봐야 하겠지만 핵심기술 여부와 관계없이 특정 업종에 속한다는 이유로 기업의 해외 매각 시 정부 심의를 의무화하는 것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하이닉스 채권단 관계자는 “기술유출방지법이 발효되면 국내기업이 인수하지 않는 한 채권단의 지분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단순 조립 공장의 해외 이전까지 정부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며 반대하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제조원가 절감 차원에서 제조공장의 해외 진출은 불가피한 상황이므로 핵심기술이 아닌 단순 제조기술의 경우 심의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절차를 간소화하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효를 앞두고 있는 기술유출 방지법에는 전기전자·정보통신·산업기계·정밀화학·생명공학 등 대부분 IT관련 업종의 해외 매각은 물론이고 공장의 해외이전·합작투자 등은 국무총리 산하에 설립되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심의를 받도록 돼 있다.
벤처기업들은 해외 투자유치나 M&A, 해외진출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벤처기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과 펀드가 투자나 M&A에 소극적이어서 벤처기업은 해외 기업이나 펀드의 투자유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투자를 유치할 때마다 심의를 받으라는 말이냐”며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국가에서도 산업스파이법 등 국가안보나 경제에 위협이 되는 기술의 해외이전을 승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며 법 시행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밝히고 “다만 업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유출이 금지되는 핵심기술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기 위해 이달 안으로 용역을 발주하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최종 시행안을 마련, 의견 수렴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