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전문대 "변화의 혁신, 우리가 이끈다"

영진전문대 최달곤 학장(왼쪽)과 일본 IT기업 이데아크로스(iDEACROSS) 나카시마 대표(오른쪽)가 지난 8월 25일 IT인력 주문식 교육 협약서에 서명 후 협약서를 교환하고 있다.
영진전문대 최달곤 학장(왼쪽)과 일본 IT기업 이데아크로스(iDEACROSS) 나카시마 대표(오른쪽)가 지난 8월 25일 IT인력 주문식 교육 협약서에 서명 후 협약서를 교환하고 있다.

‘국내 최초 주문식 교육으로 산업체 전문 인력 배출. 13년 연속 90% 이상 취업률. 국가고객만족도조사(NCSI) 국내 대학 중 최고 만족지수 기록.’ 이것은 서울대, 포스텍, 또는 KIST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지방 명문 전문대학으로 자리잡은 대구 영진전문대의 최근 성적표다.

 지방 전문대학이 지역 혁신의 주역으로 뜨고 있다. 지역 친화 전략과 특화 전문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지역 경제와 산업 활성화에 일조하는 동시에 취업난까지 해소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시작했다.

 주문식 교육의 효시로 알려진 대구 영진전문대(학장 최달곤)는 성공한 지방 전문대의 대표적인 사례. 최근 한국생산성본부와 미국 미시간대학이 공동으로 실시한 국가고객만족도조사(NCSI)에서 4년제 대학을 포함해 국내 대학 가운데 최고 만족 지수를 기록했다. 올 해는 주문식 교육 노하우를 살려 일본 IT기업의 주문을 받아 인력을 공급하는 ‘글로벌 주문식 IT인력 양성’에 나섰다. 해외로부터 주문을 받아 IT전문 인력을 공급하기는 것은 영진전문대가 처음이다. 또 내년에는 40명 정원의 나노측정기술 전공반을 신설해 나노급 정밀측정 인력양성에도 나선다.

 부산 동의과학대학(학장 이충엽)은 식품, 수질, 토양 검사 분야에서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이다. 학내 동의분석센터는 식약청 지정 식품위생 검사기관이자 환경부가 인정한 수질검사와 토양검사 능력까지 갖췄다. 정부 지정 식품 분석기관은 40여개나 되지만 수질과 토양 분야까지 동시에 지정받은 기관은 극소수다. 현재 상수도 수질검사 등 연 2만5000여건의 크고 작은 분석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는 이 대학은 미국 FDA의 안전기준과 동등한 분석 수준을 갖춰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리 상품의 검역 통관 절차를 미국이 아닌 국내에서 받을 수 있는 방법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기능대에서 탈바꿈한 한국폴리텍대학(이사장 박용웅)은 전문대학 변화·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기존 기능대학과 직업전문학교를 통합해 지역별 7개 대학과 4개 특성화대학으로 전환한 이후 지역친화 전략을 펼쳐 지역 산업과 밀접한 분야에서 산학협력 및 인력양성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종합대 또는 일반 전문대와 차별화된 분야를 집중 육성해 빠르게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폴리텍VII 부산대학(학장 최수준)은 지능형 홈네트워크 분야의 성장동력산업 특성화대학 사업에 선정돼 홈네트워크 설치와 유지보수 및 운용을 담당할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홈네트워크 산업에 있어 R&D분야 인력 양성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많지만 정작 홈네트워크가 일반화되기 위해 필요한 중간 관리인력 양성은 전무하다. 이 대학은 네트워크 뿐 아니라 건축도면, 전기배선, 배관설비 및 첨단 가전까지 고른 지식을 갖춰 홈네트워크 관리와 AS까지 가능한 인력 양성이 목표다.

 최수준 학장은 “특히 지방분권화 시대에 맞춰 특화분야 육성과 인력양성을 지역밀착형으로 전환해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양성과정 위주의 학사운영 역시 다양한 평생교육 시스템으로 재편해 지역 경제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주역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폴리텍대학의 변신은 이미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특성화대학의 하나인 바이오대학은 지난 8월 알츠하이머병(치매) 등 신경 퇴행질환이 발생하는 원인을 공동연구를 통해 밝혀내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몇몇 대학의 경우 높은 취업률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지자체와 기업의 공공부문 직업훈련에 대한 지원과 참여도 늘고 있다. 최근 기업은행 등 4개 민간기업이 303억원을 투자해 대학 내에 교육·편의시설을 건립키로 하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에 나선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또 중소기업 컨소시엄사업, 이동직업훈련, 차세대 성장동력 인력양성 등 다양한 인력 양성 프로그램 또한 민간교육기관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밖에 전남도립 남도대학(학장 옥은성)은 지역 전문대로는 처음으로 ‘전남권 부품·소재산업 발전 사업’에 나섰고 부산정보대학(학장 강기성)은 지역주민 정보화교육을 위한 무료 사이버교육을 실시해 지역 유일의 정보전문대학 이미지를 높여가고 있다.

 한편, 지난달 삼성전자는 4년제 종합대가 아닌, 울산과학대 등 지방 소재 우수 전문대학과 손잡고 반도체 맞춤형 전문 기술인력 양성에 나설 것을 밝혀 대기업과 전문대학간의 산·학협력 활성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국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