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LG전자호의 초점은 일단 휴대폰사업(MC사업본부)이다.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주력으로 떠오른 사업이 올해 들어 적자 탈피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남 부회장은 지난 8년여간 이동통신 시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먼저 휴대폰사업 체질 개선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급에서는 삼성과 소니에릭슨에, 중저가급에서는 노키아·모토로라에 밀려 확실한 자기 시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브랜드 정체성 역시 하루빨리 제자리를 잡게 하는 것도 숙제다. 일단 시장은 긍정적이다. 남 부회장이 글로벌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통신사업자 CEO를 역임하면서 보여준 시장과 기술을 꿰뚫는 시야, 정확하게 짚어내는 소비자 트렌드를 갖추고 있고 안승권 신임 본부장 역시 히트상품 제조기로서 검증된 인물이란 점을 평가하는 것이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매우 적극적이고 목표가 한 번 정해지면 반드시 성취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저돌적 추진력을 갖고 있다.
◇수익성 회복=무엇보다 영업이익률 5%, 나아가 그 이상을 이른 시일 내 달성하는 데 무게중심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률 5%는 제조업체에는 이익 실현을 위한 마지노선. LG전자는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 5500만대를 팔고도 이익률 5%를 맞추지 못했고, 올해에도 지난 3분기 현재 0.7%에 그치고 있다.
결정적인 계기는 세계 중가 휴대폰 시장을 강타한 모토로라의 ‘레이저’ 열풍 탓이었다. 고가 정책의 삼성전자나 세계 시장 1위로 규모의 경제를 갖춘 노키아와 달리 그동안 중고가 시장에서 애매한 지위에 머물렀던 LG전자가 직접 타격을 받은 셈이었다. 다행히 4분기 실적은 크게 호전되고 있지만 이 또한 레이저폰이 주춤한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금이야말로 LG전자가 제대로 방향을 찾아야 하는 중대한 시기”라며 “더 뚜렷한 시장 포지셔닝(설정)과 확실한 전략 모델을 내놓지 못한다면 반전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 측면에서 가장 큰 숙제는 ‘초콜릿폰’에 이어 글로벌 히트 상품을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노키아·모토로라 등 글로벌 제조사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원가경쟁력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모델 수로 최대한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전략 단말기 라인업에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 주도권 쟁탈전=현재 국내 휴대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절반 가까이를, LG전자와 팬택계열이 각각 20% 안팎을 차지하는 고착화된 양상. 남 부회장은 적어도 향후 3년 내에는 삼성전자와 비슷한 점유율로 끌어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주목되는 것은 팬택의 위기. 어차피 국내 업체들이 내수의 발판을 수출로 이어가고 수익성도 높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은 매우 중요하다. 당분간 팬택 스카이의 위력이 예전만 못할 것이고 마침 경영진이 개편된 LG가 이 시장을 쓸어 담을 수 있느냐도 지켜볼 대목이다.
물론 팬택이 주춤거리고 변환기에 돌입한 LG가 머뭇거린다면 거꾸로 삼성의 천하통일도 배제할 수 없다. 3개 업체 정립 구조가 와해되면 극심한 1위 쏠림현상이 예상된다. LG의 첫 번째 시험대는 내년 1분기까지 내수시장 점유율이 될 것이다.
◇사업구조 혁신부터=내년에 LG전자는 8000만대를 판매하는 동시에 초콜릿폰·샤인폰으로 이어지는 프리미엄급 전략을 정착시킨다는 구상이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당장 상품기획, 연구개발(R&D), 구매,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원팀 플레이’ 조직을 확대하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력한 실행력을 갖춘 조직체계로 내부를 정비할 것”으로 예상했다.
남 부회장이 LG텔레콤 사장 시절 각종 사안마다 수많은 전담팀(TF)을 운영하며 새로운 과제를 추진했던 경험을 볼 때 한층 강도 높은 내부 혁신이 뒤따를 전망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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