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약물이라도 ‘약물전달시스템’에 따라 효능은 천차만별 달라진다. 대표적인 약물전달시스템은 경구투여, 주사제, 좌약, 연고, 스프레이 등이다. 이런 방법들은 간편하긴 하지만 아프지 않은 부위에까지 영향을 줘 부작용을 낳는다. 소염진통제로 생기는 위궤양이나 무좀치료제가 간에 손상을 입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이러한 부작용을 막고 신약의 특성에 따라 맞춤 작용하는 새로운 약물전달시스템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난치병을 정복할 꿈의 신약으로 기대되고 있는 ‘단백질 치료제’는 경구투여 할 경우 위 속의 단백질 분해효소가 빠르게 약을 분해해 버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백질을 폴리에틸렌글리콜(PEG) 같은 고분자 물질로 싸 몸 안에서 약효가 오랫동안 유지시키는 방법이 개발됐다.
또 뇌에서 약의 흡수를 막는 ‘혈관-뇌 장벽’을 통과하기 위해 특별히 개발된 ‘단백질 전달체’도 있다. 혈관-뇌 장벽은 주성분이 지질이기 때문에 지질 용해도가 높은 이러한 단백질 전달체를 사용하면 장벽을 쉽게 통과할 수 있고, 피부나 기도 등 아픈 부위에 직접 투약이 가능해 간에 독성을 일으키는 등의 부작용도 거의 없다.
‘크네델’(knedel)이라는 나노 입자도 새로운 약물전달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마치 만두처럼, 속에 유전자 치료제를 넣고 외피를 입히는 형태인데, 직경이 10∼100나노미터로 매우 작아 신체 내 면역체계로 인한 파괴 가능성이 작고 약물 접근이 가장 힘든 뇌세포 안쪽에까지 치료제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