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의류 키워드는 `스마트 섬유`

절연코팅된 디지털실의 단면.
절연코팅된 디지털실의 단면.

 사람의 몸과 가장 가까운 의복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면 여러 기기를 들고 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다. 또 입는 옷을 통해 생체신호를 측정해 심박동수, 호흡수, 체온 등을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원격의료 시스템을 한단계 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개념에서 주요 국가에서 앞다퉈 개발하고 있는 것이 스마트 섬유다. 생산기술연구원이 최근 개발에 성공한 심전도 측정용 스마트 섬유는 생체신호 측정용 디지털실을 이용했다. 생기연은 디지털실과 일반실을 편직해 의류를 만들고 전면부와 심장근처에 위치한 센서를 통해 일상생활에서의 호흡패턴, 심전도, 심근도, 활동성향, 체온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측정된 생체 신호들은 데이터 수집 및 통신 역할을 하는 기기에 집속돼 휴대폰·PC·PDA 혹은 서버 관리자(병원) 등에 전달된다.

 생기원뿐만 아니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도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 셔츠를 내놨다. 이 셔츠는 생체신호를 측정하기 위해 금속사 성분의 전도성 센서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스마트 섬유 개발에는 현재 스위스·벨기에·독일 등이 적극 나서고 있다.

 스마트섬유 소재로는 초고속 인터넷 전용선 소재인 광섬유가 이용될 수 있다. 하지만 광섬유는 일정 굴곡 반경 이상에서는 데이터 손실이 발생하고 제직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고분자물질 방사법은 바로 사용이 가능하고 제직에 문제가 없지만 사용 가능한 고분자가 많지 않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금속을 가공해 섬유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각광받고 있다. 금속섬유는 전기전도성이 좋고 인발공정을 통해서 세선(마이크로 와이어)화가 가능하다. 금속섬유의 직경이 100㎛ 이하로 내려가면, 금속 고유의 특성인 강성이 사라지고 유연성 및 내굴곡성도 향상된다.

 생기원 스마트섬유팀에서 개발한 디지털실은 크게 코어, 코팅층, 커버의 구조를 갖고 있다. 코어 부분은 10㎛ 직경의 구리 필라멘트 3∼7가닥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전자파 차폐를 위해 미세박막 코팅을 하고, 다시 절연을 위해 수지 코팅 처리를 한다. 마지막으로 제직 및 편직 공정에서 마찰을 최소화해 공정의 작업성을 높이기 위해 염색실로 커버링을 한다. 염색실은 용도나 디자인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정기수 생기연 스마트섬유팀장은 “스마트섬유를 이용해 디지털 의류를 만들기 위해서는 금속섬유의 지름을 최소 20㎛(머리카락의 5분의 1) 이하로 만드는 것이 핵심으로 아직까지 몇 국가만이 이 기술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며 “핵심기술이라 할 만한 고속전송용 디지털실을 국내에서 개발한만큼 우리나라가 디지털 의류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은 다져진 셈”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섬유를 이용한 디지털 의류시장은 아직까지 초기 단계지만 향후 고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디지털 의류시장 규모를 2008년 2억달러에서 2010년에는 7억달러, 2014년에는 70억달러 규모로 내다보고 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etnews.co.kr

◆디지털의류 발전단계

 디지털 의류의 발전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1단계는 컴퓨터 자체를 분해해 나누어 연결, 시스템을 입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2단계는 시스템이 옷에 부착된 것으로 여러 가지 기능의 부품을 사용자의 편의에 맞게 옷에 배치한 것이다. 요즘 상업용 레저 의류에 MP3, 헤드폰, 휴대폰 등을 내장하는 것이 2단계에 해당한다.

 1∼2단계까지는 전자부품이나 모듈을 컴퓨터용 케이블을 이용해 연결했기 때문에 의복은 전자부품이나 모듈을 보이지 않게 잘 감춰주는 역할만 하면 됐다. 의복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작업이 필요해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 한 개 의복에 부착한 시스템을 다른 의복에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는 정보 교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3단계로 전기가 통하는 전기전도성 섬유(e텍스타일) 및 정보통신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디지털 실을 사용해 의복을 제작하고 통신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디지털 의류(Garment)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실은 원사 형태로 방사를 할 수 있으므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다양한 형태의 옷 모양을 구현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