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디스플레이 사업은 도약이 필요하다. 한때 세계 1위를 자랑하던 TV는 3위로 밀려났고 2∼3%의 낮은 수익률로 전전긍긍하던 PDP 모듈도 4분기 적자 전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소니·마쓰시타 등 쟁쟁한 글로벌 플레이어에 내준 차세대 평판TV 시장의 주도권 탈환은 급선무다. PDP 모듈 수익률 개선, 계열사인 LG필립스LCD(LPL)와 공조체제 강화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LG전자 사령탑인 남용 부회장은 이 같은 디스플레이 사업을 전면 개편, 명예회복에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연구개발 출신이 독식했던 디지털디스플레이(DD)사업 본부장에 ‘마케팅의 달인’ 강신익 부사장을 전격 발탁한 것은 그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남 부회장과 강 부사장에게는 ‘혁신 전도사’ ‘전략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기 때문이다. LG전자 안팎에서는 관성에 젖어 있던 DD사업본부의 깜짝 변신과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의 바람몰이를 기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LCD TV·PDP 모듈 두 마리 토끼 잡기=강 부사장은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장 분석을 중심에 둔 전략적 틀을 새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영 전략의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가장 큰 변화는 LCD TV 사업 강화가 꼽힌다. LG의 디스플레이 부진은 LCD를 중심으로 평판TV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유독 자체 모듈 생산체계를 갖춘 PDP만을 고집하면서 빚어진 측면이 강하다. LG는 LCD TV를 강화하면서 PDP 모듈 사업은 제조원가 절감과 함께 50인치 이상 초대형, 풀HD 등 프리미엄 모듈 위주로 재편할 것으로 전망된다. A3 PDP 3라인의 투자 일정은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LCD TV 강화는 LPL 지원 사격이라는 측면에서도 유효하다. LG전자 CFO 출신인 권영수 사장이 신임 LPL CEO로 내정되면서 협력 비즈니스는 더욱 공고해져 42·47인치 LCD TV 대중화 전략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는 이미 내부적으로 내년 LCD TV 목표 판매량을 PDP TV보다 무려 550만대나 많은 800만대로 올려잡고 전략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영업 강화=LG전자는 내년 LCD TV와 PDP TV를 합쳐 1050만대를 판매, 세계 TV 시장 정상을 탈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나란히 LCD TV 1000만대 판매 목표치를 제시한 삼성·소니 등 선발업체의 응전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보르도’, 소니의 ‘브라비아’ 등 LCD TV 시장을 선점한 1등 브랜드를 압도할 초강수 브랜드와 마케팅 전략이 없으면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LG DD사업본부 매출에서 국내 비중이 25%로 가장 높은 것도 극복 과제다. 북미나 유럽보다 국내 매출이 많은 구조는 허약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반증한다. 특히 PDP모듈 매출의 50%가 LG전자 자체용으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은 거래선 다변화를 통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 부회장이 북미법인과 한국마케팅부문의 마케팅·영업을 총괄하는 강 부사장을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취약점이 고려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LG전자 관계자는 “R&D 대신 마케팅 전문가가 나서면서 이미 개발한 양질의 제품을 북미와 유럽 등 전략시장에 얼마나 잘 팔 것인가에 고민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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