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MC사업본부) 사업과 함께 LG전자 남용호가 가장 큰 변화를 모색할 분야가 국내 사업, 즉 한국마케팅부문이다. 지난해 내수 매출 5조6000억원으로 LG전자의 전체 매출 가운데 4분의 1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마케팅부문은 효자다.
올해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6조원대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적어도 외형 면에서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휴대폰은 삼성전자에 비해 절대 열세를 면치 못하는데다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에어컨·세탁기·냉장고·TV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가전 시장의 흐름이 밀어내기식 매출보다는 평생 고객화를 위한 ‘서비스’ 경쟁으로 옮아가면서 이제 ‘브랜드 파워’를 놓고 삼성과 한판 승부가 불가피한 형국이다. 양적 성장과 더불어 국내 사업 전반에 대한 질적인 변화도 꾀해야 하는 시점인 셈이다.
◇절대 과제, 고객가치=남용 부회장이 가장 먼저 역점을 둘 과제는 고객 서비스 극대화를 통한 브랜드 역량 강화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가전시장의 무게중심이 기술보다는 고객의 감성과 요구로 옮겨가고 있는만큼 한번 팔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이제 없어졌다”면서 “고객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 결국 평생 고객화로 이어지는만큼 내년에는 서비스 정착에 최선의 가치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강신익 현 부사장이 지난 2년여간 소비자 요구를 적극 발굴해 제품에 반영하고, 내부적으로는 마케팅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주력했던 것도 이런 배경이다. 고객관계관리(CRM)에서 한 걸음 나아가 고객신뢰관리(CTO) 체계를 안착시키는 게 내년도 숙제다.
◇삼성을 잡아라=고객가치에 대한 강조는 결국 양적인 성장으로 직결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타깃은 최대 경쟁자인 삼성전자. 지금까지 LG전자는 휴대폰에서 삼성전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점유율에 그쳤고, 에어컨·세탁기를 제외하면 TV·냉장고 등 이른바 생활가전 전 제품군에서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크게 뒤졌던 PC 시장에서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를 다소 줄였다고는 하지만 경쟁 환경은 한층 첨예한 양상이다. 이에 따라 내년 LG전자 한국마케팅부문의 최대 역점과제 가운데 하나는 유통망 강화를 통한 영업력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남 부회장은 LG텔레콤 재직 시절 ‘뱅크온’ ‘폰앤펀 매장’ 등 신개념 유통전략을 도입함으로써 이동통신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기선을 제압한 전력도 있다. 전통적인 대리점 영업방식이었던 이동통신 시장에서 유일하게 소매영업에 눈을 돌림으로써 SK텔레콤·KTF를 위협한 것이다.
현재 LG전자의 주력 유통망인 하이프라자·디지털LG 등 현장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도 예상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LG전자 관계자는 “내년 초부터 유통 전략에 큰 변화를 염두에 두고 이미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면서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전 품목에 걸쳐 1등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의욕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 부회장의 진두지휘 속에 마케팅 경험이 풍부하고 LG전자의 경영전반을 꿰뚫고 있는 박석원 신임 한국마케팅부문장이 총력전을 펼칠 내년도 내수 시장에서 삼성전자 역시 바짝 긴장하고 있는 배경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