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과 NHN의 10년 아웃소싱 계약이 2년 6개월 만에 종료됐다. 그동안 무성했던 계약파기설이 해를 넘기지 못하고 양사의 공식 발표로 나타나자, 아웃소싱 관련 업계는 이의 배경과 향후 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국IBM 역시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NHN과의 10년 아웃소싱 계약은 이휘성 한국IBM 사장이 평소 가장 강조하던 레퍼런스였기 때문이다. 양사의 계약은 쓴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온디맨드 계약이지만, 10년간 최소 1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 NHN, “아웃소싱 아닌 벤더 종속” = NHN과 한국IBM은 공식 발표에서는 향후에도 양사의 협력 관계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애써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NHN측은 이번 결정이 중장기 발전 전략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한국IBM과의 아웃소싱 파트너십을 통해 IT 인프라의 선진 체계를 확립할 수 있었다“는 얘기도 내놨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NHN 측은 그러면서도 “IBM이 예전에 메인프레임을 통해 고객사를 종속해왔던 전략이 고스란히 아웃소싱 전략에도 배여 있다”고 비판했다.
벤더사 제품 위주로 인프라를 구성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IT 아웃소싱을 통한 노하우 획득도 힘들었다는 것이다. 한국적인 정서와도 안맞다는 점도 계속 제기됐다.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모르겠다”는 게 NHN측의 반응이다. 계약에 없는 내용이라면 비상사태에도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모두 계약사항 위반이었다. 지난 7월에는 5시간 이상 네이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새로운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계약 내용도 여러 번 바뀌었다.
◇ 한국IBM 온디맨드 전략 차질 불가피=한국IBM이 이번 계약 중도 해지로 받은 타격은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가장 대표 레퍼런스였던 만큼 현재 아웃소싱을 추진중인 H 반도체, D 제조업체와의 협상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터넷 분야에서 추가 아웃소싱 사례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IBM은 일단 NHN이 아웃소싱 종료 의지를 확인하고 원만하게 계약을 해지하는 데 지난 3∼4개월간 총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다운으로 인한 보상금도 수십억원 가량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계약 중도 파기에 따른 NHN이 물어야 할 수수료 문제도 양사 합의로 원만하게 끝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IBM측은 “NHN과 장기적인 기술 파트너로서 신기술 구축을 위한 R&D 및 글로벌 비즈니스 협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만 밝혔다.
문제는 아웃소싱 업계다. 한 아웃소싱 업체 관계자는 “아웃소싱 성공 사례도 많은 데, NHN 딜은 워낙 큰 딜이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업계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 NHN, 자체 인프라 설계 돌입 = NHN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향후 6개월간의 업무 전환 기간을 통해 단계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자체 정보 인프라 아키텍처 설계를 위해 NHN은 최근 CTO조직 내 시스템 전문가로 구성된 기획실, 운영실, 보안실을 신설하는 등 내부적인 조직 및 관리 시스템 준비를 마치고 전문 인력을 60명 이상 보강했다. 업무 이관 기간 동안 한국IBM의 조직과 인원은 순차적으로 철수하며, 기존 협력사들의 업무는 지속적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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