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는 물론 국내외 금융권으로부터 초미의 관심을 끌어 온 26일 그라비티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외 소액주주위원회가 제기해 온 류일영 대표이사 회장 등에 대한 해임안이 부결됐다. 하지만 국내 소액주주들까지 대대적으로 해임 찬성 쪽으로 기울어 그라비티 사태는 또 한번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특히 주총 직후 그라비티가 “해임안 부결, 경영진 승리”, “과거 앙금 씻고 성장 위해 힘 모으자”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이 역시 임시주총 결과에 대한 경영진의 위기감 표출로 해석된다.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했던 한 주주에 따르면 경영진 해임안 표결 결과 반대 52.46%(약364만5000여주), 찬성 41.37%(약 287만 5000여주), 기권 1.04%로 당초 그라비티측이 자신했던 표격차 보다 현격하게 차이가 좁아 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 52.39%를 보유한 소프트뱅크 계열 최대주주는 표대결에서 결국 자기 의사만 표출시켰을 뿐 다른 소액주주들을 조금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셈이다. 반대로 17.75%에 불과한 래미어스·문캐피털은 그라비티측의 ‘해사(害社) 집단’ 규정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내 소액주주까지 경영진 해임 압박 진영으로 끌어들이는 성과를 올렸다.
일부에선 그라비티 경영진이 확실한 표차로 해외 소액주주위원회의 주장을 꺾어버리려다 오히려 반대 진영의 결집력만 높아 준 격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국내 소액주주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김주영 한누리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는 “이로써 절대 다수의 기타주주들은 현 경영진을 불신임하고 있음이 증명됐다”며 “사실상 불신임된 류 회장과 백승택 부사장외의 독립적인 이사 3인이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는 것이 응당한 수순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주주대표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고려중에 있다”며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류일영 회장 측은 “합법적으로 해임안이 부결된 만큼,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미래 성장의 길로 나아가는데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국내외적으로 세를 결집한 소액주주들이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에게 직접 경영진 퇴진 메시지 전달 방안을 구상하는 등 경영진의 입지는 더욱 좁아들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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