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검이 해외 기술유출 혐의로 사장을 구속 기소한데 대해 이엠엘에스아이(EMLSI)가 이례적으로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이에대해 제주지검은 레이아웃을 해외로 넘긴 것 자체가 기술유출이라고 EMLSI의 주장을 일축했다.
기술유출과 관련한 검찰의 기소내용을 놓고 공개적인 논쟁이 벌어진 것이 처음이고 이번 논쟁의 결과에 따라 기술유출의 잣대가 재정립될 공산이 커 귀추가 주목된다.
EMLSI(대표 박성식)은 26일 중국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GSMC에 레이아웃 도면을 넘긴 것은 생산하청을 맡긴 것일 뿐 기술유출이 될 수 없다고 검찰의 기소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EMLSI는 “GSMC에 보낸 레이아웃 도면은 웨이퍼 위에 회로를 구현하기 위한 배선 패턴 도면으로 회로 설계도면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자료이며 개발기간 단축을 위해 라이브러리 비용의 절반을 우리가 부담했다”며 “누가 자기 돈까지 들여가며 기술을 유출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레이아웃을 해외로 넘긴 것 자체가 기술유출이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제주지방검찰청의 강창조 부장검사는 “레이아웃을 역분해하면 핵심 기술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레이아웃 자체가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강 부장검사는 또 “GSMC는 CIS 생산공정이 없었으나 EMLSI와의 약정을 통해 CIS 공정 기술까지 갖게 됐다”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CIS 가격의 70% 정도인 중국산 제품이 나온다면 국내 기업들에게도 피해가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MLSI 측의 변호를 맡고 있는 강동세 변호사는 “레이아웃만 가지고는 역분해를 할 수 없으며, 역분해를 통해 반도체를 설계한 사례도 아직 없다”며 “이는 팹리스와 파운드리 간 산업 구조에 대해 검찰이 이해하지 못해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재반박했다.
EMLSI를 제주로 유치한 제주도는 이번 사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EMLSI가 본사를 제주도로 이전하도록 지원한 것은 국가균형발전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는 기업의 문제이지 제주도 지역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향후 제주도 지역의 투자유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한 CIS 전문가는 “같은 CIS라고 해도 각 업체별로 프로세스가 다르기 때문에 GSMC가 CIS 공정을 갖게 됐다고 해도 기술유출로 볼 수 없다”며 “특히 EMLSI같은 경우 다른 CIS업체들과 마스크 층 수가 확연히 달라 재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EMLSI측 주장에 타당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국내 팹리스업체들은 기술유출 범위와 관련된 논쟁을 우려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팹리스 한 CEO는 “이번 사안이 기술유출에 해당한다면 파운드리를 해외에 맡기게될 경우 일일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는 국내에 동부일렉트로닉스 밖에 파운드리를 맡길데가 없다는 점이 십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