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술투자 확대만이 살 길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미래 국가유망기술21’의 21개 기술분야를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기술수준 평가 결과를 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2005년 기준으로 이들 분야의 우리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과 종합적으로 비교할 때 64.7%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의 기술 수준이 99.6%, 일본이 84.4%인 것에 비하면 너무 뒤떨어진다. 기술 격차도 평균 8.1년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적이다.

 세계 최고 기술 수준에 근접한 90% 이상인 기술분야 수를 보면 미국이 21개 전 분야, 유럽이 6개 분야, 일본이 4개 분야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와이브로·DMB 등 이른바 실감형 디지털 컨버전스 기술 분야 단 하나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보장해줄 기술 수준이 너무도 형편없다. 역대 정권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 나름대로 육성책을 폈다고는 하나 결과는 낙관적이지 못하다.

 그러잖아도 기술과 제품 사이클이 짧아지는 추세에서 8년 1개월이라는 기술격차를 좁히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내다본 2010년 이들 분야의 우리나라 기술 수준은 78% 정도로 지금보다 13.3%포인트 올라가고, 기술격차도 5.5년으로 줄어드는 데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지금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실감형 디지털 컨버전스 기술이 5년 뒤인 2010년에 95% 수준으로 뒤처져 기술격차도 0.5년 난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와이브로·DMB 분야에서조차 우리나라가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다. 우리가 정신 차려야 할 일이다.

 특히 중국과 비교할 때 현재 기술 수준이 한국 64.7%, 중국 52.8%로 11.9%포인트 차이나지만 2010년에는 한국 78%, 중국 71.8%로 격차가 6.2%포인트로 좁혀진다는 것도 주목되는 사안이다. 이는 우리의 기술 수준이 지금은 중국보다 앞서 있으나 앞으로 5년 이내에 중국이 한국 수준에 근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기술추격이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중국과의 기술격차에 주목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 경제의 사활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은 지금까지 저임금에 의존해왔고, 또 우리는 중국과의 기술경쟁력 면에서 우위로 성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가격경쟁력에 더해 기술경쟁력까지 갖는다면 우리에게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고 미국·유럽 등 다른 시장에서도 점점 힘을 잃을 것은 뻔한 일이다. 저만큼 앞서가는 일본은 따라갈 수 없고 맹렬한 기세로 뒤쫓아오는 중국에마저 기술경쟁력 면에서 차이가 없다면 우리 경제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중국과는 좁혀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만큼 “차별화된 기술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잇단 내외의 경고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래는 기술력이 경제강국 여부를 결정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기술력에서도 밀린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1인당 국민소득 2만·3만달러도, 선진국 진입도 그저 구호로 끝날 뿐이다.

 기술 수준을 제고하는 데 달리 왕도가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기업의 기술 투자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업들이 기술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의 기반을 확충토록 하는 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특히 정부의 역할을 증대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 수준의 기술일수록 중장기적으로 부단하게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기업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