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씨앤앰커뮤니케이션(대표 오규석)이 통신사업자인 SK텔링크(대표 조민래)와 인터넷전화(VoIP) 사업 협력을 타진 중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아직 사전 준비 단계지만 성사될 경우 통신사업자와 케이블사업자 간 첫 서비스 협력 사례인만큼 귀추가 주목됐다.
두 회사는 최근 실무 차원의 접촉을 잇달아 갖고 조만간 인터넷전화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기 위한 파일럿 테스트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전화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기술 검증이다.
양사는 단순한 파일럿 테스트 이상의 확대 해석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씨앤앰의 고위 관계자는 “기술 검증 및 비즈니스 모델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테스트하는 것일 뿐 정식 계약이나 상용 서비스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사업을 떠나 망 테스트를 하는 단순한 파일럿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터넷전화 상용서비스와 관련해 KCT와 협력한다는 게 씨앤앰의 기본 방침”이라면서 “이번 테스트는 KCT의 준비가 늦어지면서 지연된 기술 검증 정도의 의미”라고 밝혔다.
SK텔링크 측도 “협력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확정된 것은 아직 없다”며 “일단 기술 테스트 시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상용서비스 단계를 얘기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김태훈·김민수기자@전자신문, taehun@
◆뉴스의 눈
두 회사의 기술 협력이 사업 제휴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엔 아직 섣부르다. 번호이동 허용, 상호접속료 체계 조정, 값싸고 매력있는 단말기 개발 등 양사가 합의하고 추진해야 할 과제가 많다. 더욱이 씨앤앰은 SO 공동으로 추진하는 인터넷전화 법인인 KCT의 주주다. KCT를 배제한 독자 노선을 걷기에는 다른 SO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두 회사는 일단 큰 그림까지 염두에 두고 실무 협의를 진행하는만큼 기술적인 검증만 이뤄지면 협력 논의에 급피치를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통신사업자와 SO의 첫 제휴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SK텔링크 측은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별개 인프라를 보유한 두 회사가 어떤 서비스를 공동으로 제공할 수 있을지 기술적인 테스트를 진행해봐야 할 것”이라며 “논의도 기술 테스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화사업자들은 새해 방송·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를 묶은, 이른바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활성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SO들을 파트너로 확보하기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네트웍스 관계자는 “특정 업체를 거론하기가 어렵지만 기간통신사업자뿐만 아니라 주요 지역 SO와 다양한 접촉을 하는 단계”라며 “TPS뿐만 아니라 인터넷전화 시장 확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전화사업 자체가 당장 SO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한 MSO 고위 관계자는 “협력 파트너가 KCT냐 통신사업자냐의 문제를 떠나서 현행 규제와 사업 여건을 감안하면 인터넷전화를 급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SO들은 인터넷전화가 TPS의 핵심인만큼 어떤 형태로든 사업 제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KCT의 준비가 더 늦어질수록 통신사업자와의 제휴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이 때문에 씨앤앰과 SK텔링크의 테스트 내용과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기술 연동은 물론이고 각종 부가서비스 상용화 여부가 나오면 제휴의 폭까지 가늠할 수 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