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업계 `속 터지는 연말정산`

 ‘연말정산 증빙 서류, 회사에서 출력할 수 없나요?’

 연말정산 시즌이 다가오면서 프린터업체들이 때아닌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국세청이 올해부터 도입한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가 공유 프린터와 일부 네트워크 프린터를 지원하지 못하자 정산용 증빙서류가 출력이 되지 않는다는 문의가 프린터업체들의 AS센터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새로 도입한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는 국세청 연말정산 홈페이지에 주민번호를 입력, 공인인증서를 통해 신원만 확인되면 지난 1년간 사용한 병원비, 교육비, 신용카드사용료 등을 한 페이지에서 증빙, 처리해준다.

 문제는 증빙 내용을 담은 인터넷 화면을 출력할 때 공유 프린터 등 보안 규격이 등록되지 않은 프린터는 아예 출력 자체를 차단한 것. “출력 내용이 프린터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불법 복제되거나 위변조될 위험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게 국세청측의 설명이다. 대다수 기업들이 프린터를 자체 서버에 연결해 사용하고 있고 소호(SOHO) 등은 프린터를 네트워크에 연결해 사용하면서 국세청 문서 출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프린터업체들이 파악한 상황은 다르다. 국세청 솔루션이 실질적인 보안성을 가늠해 출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프린터 포트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 프린터를 조달청에 등록할 때 탑재했던 LPT 또는 COM 포트가 아니면 인식을 할 수 없다.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를 하게 되면 가상포트(USB001)를 사용하게 돼 차단이 되는 것이다. 즉, 제대로 된 보안을 위해서는 문서를 암호화하고 이를 풀어내는 형태의 제품을 사용하도록 기술을 점검하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프린터업체들은 고객들의 문의가 오면 우선 프린터 설정에서 포트를 확인하고 지원 가능한 포트의 제품으로 출력하라는 상세한 설명을 국세청을 대신해 고객에게 알려주고 있다. 또 내년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업계가 공동으로 상황을 파악해 국세청에 건의하고 국민들에게 인지를 시켜야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한국HP 관계자는 “출력 문서를 도용하거나 위변조 할 수 없도록 미 국방성이 사용하고 있는 암호화 표준 IPsec을 탑재한 제품도 내놓았다”면서 “이같은 제품을 국세청 솔루션이 인식될 수 있도록 출력 문서 보안 문제에 대해 정부와 함께 협의해 내년에는 이같은 혼선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