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남부 지역에 잇따른 강진으로 6개 국제 해저광케이블이 절단되면서 현지와 연결된 92개 전용회선 서비스가 중단돼 27일 일부 은행과 IT기업들의 업무가 하루종일 마비됐다. 여진이 지속돼 응급 복구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피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국적 은행과 IT기업 업무 마비=한국씨티은행과 HSBC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 전산망 마비로 금융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씨티은행은 오전 11시부터 3시간 정도 전산장애로 창구 업무는 물론 ATM, CD, 인터넷 뱅킹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HSBC 서울지점도 아태지역 전산서버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오전 내내 지점 창구와 인터넷 금융서비스가 마비됐다. 이들 은행은 창구 통합과 우체국 우회 등을 통해 일부 서비스만 응급 복구했다. 외환, 국민 등 국내 금융기관들도 일부 외환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한국HP, EMC 등 국내 진출 다국적기업들은 네트워크가 불통돼 업무가 마비됐다. 한국HP의 경우 오후 6시까지 6시간째 업무를 중단했으며 특히 전자 메일이 불통돼 답답해 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이에 아태 지역 본부와 비상전화로 연결했으며 금융, 통신 분야 주요 고객사의 피해 사례 파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대책 회의도 가졌다. 김광선 HP 이사는 "HP 고객사 중 피해 업체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금융권에서 한번 피해가 일어나면 사태는 심각해져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과 기관 피해는 중단된 전용회선을 이용했던 포스데이터, SK텔링크, 외교통상부 등 27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 완전 복구까지 2주 걸려=정보통신부는 대만 강진으로 일반전화 9871개, 전용회선 92개, 인터넷회선 33개 등 총 9천985회선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일반전화와 인터넷은 장애 발생 즉시 제3국을 통한 우회 라우팅으로 소통에 큰 지장이 없었으나 전용회선을 복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대만간 국제전화 통화율은 평상시의 60%로 떨어졌으며 홍콩,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14개 국가와의 통신도 피해를 봤다.
정통부는 호주와 뉴질랜드를 포함한 동남아 국가들을 연결하는 일부 회선에 장애가 있었다고 밝혔다.
KT, 데이콤 등은 피해를 입은 전용회선의 조속한 복구를 위해 AT&T, 싱가포르 텔레콤(싱텔) 등 해저케이블 건설 주간사들과 협의를 진행중이다.
KT 관계자는 “지진으로 인해 해저지형도 바뀌어 실제 재가설을 통한 완전 복구까지는 2주일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한국과 대만·홍콩으로 전용선을 이용하는 회사들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오전까지 81개 회선이 단절됐으나 여진으로 인해 장애가 발생한 회선이 92개로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1∼2주 안에 진도 5 이상 규모의 여진이 예상돼 완전 복구는 커녕 응급 복구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지진은 지난 26일 대만 남부 해안에서 진도 6.7 규모로 발생했으며 27일까지 120여차례가 넘은 여진이 이어져 최소 2명이 숨지고 42명이 부상하는 피해를 입었다. 파운드리와 평판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에 대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석·류현정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