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승부처다.’
인재를 키우고, 인재를 활용하고, 인재를 다시 낳는 ‘인재경영 시스템’이 산업 성장의 열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매년 지구를 몇 바퀴 도는 수고로움을 잊은 채 지구촌 곳곳에 숨어 있는 인재 한 사람을 구하는 데 탐을 내고, 도요타는 매년 수억달러를 인재 확보 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0’과 ‘1’로 대변되는 디지털시대인 만큼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디지털 인재가 21세기의 ‘금맥’으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기술총괄 CTO 전략실장인 이기원 부사장은 “기술준비 경영의 관건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관리할 수 있느냐, 즉 사람에게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지론을 펼친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의 기술 수장이 본질적 기술보다는 그 기술을 만들고 가다듬는 사람에게 주목하고 있다는 것은 놀랍다. 그만큼 ‘사람’은 축이요 동력인 셈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최근 러시아에서 열린 ‘2006 마이크로소프트 비즈니스 포럼’에서 “전 세계적으로 IT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며 첨단 기술을 가진 도상국의 인재에 우리가 눈을 돌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빼앗느냐, 빼앗기느냐’의 전쟁 선포와도 같은 발언이다.
이른바 친디나(India+China)에서 세계적 IT기업들이 인재 확보 전쟁을 벌이는 것도 이 같은 연유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정상철 충남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정보기술(IT)의 발전에 따라 정보의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데 따라 정보를 가공, 처리, 표현하는 활용 능력을 갖춘 사람을 디지털 인재로 꼽는 추세”라며 “정보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 부족하며 이제 가공, 처리, 표현하는 능력이 중시된다”고 말했다.
IT컨설팅 업계에서 뛰고 있는 박태홍 박사는 “디지털 인재는 기업의 성장을 주도하는 ‘하이 퍼포머(High Performer)’”라며 “IT 활용능력과 디지털 수행능력 등이 하이 퍼포머에게 핵심적으로 필요한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업에서 디지털 인재라는 용어는 아직 낯선 게 사실이다. 한 중견기업 인사관리(HR) 담당 이사는 디지털 인재에 대해서 ‘미래지향적’이라고 정의했다.
세계적 미래학자와 경영자들이 ‘인재’라는 주제를 놓고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미래’라고 답한 조사결과가 있다. 이는 ‘인재=미래’라는 등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만큼 인재가 미래를 열어주는 열쇠고, 그것을 만들어가는 주체라는 생각인 것이다. 매출과 수익, 판매와 서비스에만 곤두서있던 생각의 날이 인재를 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고 있다. ‘디지털’이 개인 삶의 질을 높여 주는 것으로부터 기업의 영속성(sustainability)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가히 우리는 ‘디지털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빌 게이츠는 최근 방한 때 “한국의 눈부신 성장은 IT교육에 국가적인 투자로부터 얻어진 IT인재로부터 이루어진 것”이라고 환영사를 대신했다. 그만큼 한국의 고도 성장의 내면에는 인재양성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었고, 기업도 그 철학에 적극 부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OECD의 한 보고서는 “한국 기업의 IT인프라 수준은 선진국 수준, IT활용능력은 후진국 수준”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경제 성장은 IT인프라 즉, 하드웨어 부분의 인재 양성에 집중 투자되었고, 그 결과 IT인프라만큼은 선진국 수준을 능가하게 되었다. 하지만 IT인프라를 활용한 국가의 성장 및 기업과 개인의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양성에는 소홀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IT 활용능력을 개발자의 문제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직장인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이 점점 확산돼 가고 있다. 직장인들에게 IT활용능력은 곧 컴퓨팅과 인프라 활용능력이다. 때문에 직장인들이 컴퓨팅과 오피스 활용능력을 극대화하면 IT인프라 활용능력 역시 극대화될 것이다.
*기업들의 인재 확보 경쟁
삼성·LG·SK 등 국내 빅3 기업은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우수 인재 영입 전쟁을 펼치고 있다.
실제 이들 기업에서 해외 유학파 및 해외 현장 출신 임원들은 관리·영업·개발 같은 주요 부서에서 맹활약하며 기업 내부 역량 강화는 물론 세계 경쟁력 제고의 주역으로 대접받고 있다. 또 미주와 유럽 등 글로벌 핵심 인재가 몰려 있는 시장에선 기업설명회(IR) 만큼이나 공을 들여가며 현지 채용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인텔 등 세계적 IT기업들조차도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이들은 우수인재 확보에 있어서 제품이나 브랜드보다 더 세계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이들 회사는 인재 확보를 위해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숨가쁘게 내달리고 있다.
지난 9월 인도 라자스탄 주의 명문 공대인 비츠필라니대학에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인텔 등 세계적 IT기업 수뇌가 모두 몰려들어 현지 학생들에게 자사로 오라는 러브콜을 쏟아냈다.
아쉬울 것 없이 성장한 세계 기업들이 일자리를 찾는 대학생들에게 허리를 굽히고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지만, 그만큼 ‘인재 모시기’ 경쟁의 열기를 가늠케한다.
‘1명의 인재가 회사 전체를 먹여살린다’는 논리가 이제는 경영코드가 된 시대다.
IBM, 오라클, 시스코는 아예 인도공과대학(IIT)과 협정을 맺어버렸다. 돈을 벌어 학교에 내놓을 테니, 그 돈으로 키워진 인재를 회사로 보내달라는 뜻이다. IIT는 학교 재정은 물론 학생들의 취업까지 한꺼번에 해결하는 효과를 얻었다.
자연히 학교는 기업 환경에 걸맞는 현장 교육을 진행하게 되고, 그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곧바로 기업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인재로 키워지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경영가로 정평난 젝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은 “나의 시간 75%는 핵심 인재를 찾고 배치하는데 썼다”고 털어 놓을 정도 인재 경영의 정수를 보여준 바 있다.
‘사람’이 기술을 찾아내고, 제품을 만들어 결국 돈을 만들어내는 주체란 점에서 젝 웰치의 가르침은 큰 울림으로 들린다. 기업이 창업에서부터 글로벌 1등으로 올라서기까지 회사 능력의 75%를 인재 확보에 쏟아부었다는 말로도 등치될 수 있다.
세계적 인터넷기업으로 성장한 구글도 신화의 뒷편에 인재 정책을 감추고 있다.
300명 이상의 스카우트팀을 따로 가동시켜, 전세계에 숨어있는 인재를 캐내고 있다. 세계를 놀래킨 성장의 밑바탕엔 인재가 숨어있는 것이다.
구글 관계자는 해외 언론에 “우리는 창업 때부터 사람을 찾아왔고, 새로운 서비스 보다 인재 1명에 올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최근 TV광고를 통해 “사람을 향합니다”라는 카피로 호평을 얻고 있다.
여러 뜻이 담긴 카피이지만 기업이 성장하고, 서비스가 발전할 수록 원천은 사람에게서 찾아야한다는 속깊은 뜻을 빼놓을 수 없다.
인재경영이 21세기 키워드가 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다. 결국 사람을 위하고, 사람이 움직이는 산업이 되지 않고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논리이기도 하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