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위대한 0.001%...창의력 키우는 당신이 천재입니다

 창조적 기업, 혁신 기업에는 ‘파괴’의 DNA가 있다. 이들은 일찍이 이를 간파한 경제학자 슘페터의 말대로 혁신을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며 이것을 기업 본성이라고 믿는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모든 창조적 파괴와 혁신은 안팎의 치열한 경쟁 압력을 떨치고 미래를 향해 질주토록 하는 원동력이다. 학교에서, 기업에서,연구소에서 그리고 국가 행정기관 등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사람들은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창의적 열정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을 두려워하면서도 우러르고 그 천재성을 본받아 국가단위는 물론이고 글로벌 단위에서 숭배하기까지 한다. 그 우상조차도 또다른 창조성에 의해 깨진다. 사람들은 이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창조적 열정이란 그런 것이다.

그 원천은 상상력이다. 중국의 철학자 장자는 ‘호접몽’에서 꿈속의 나비를 이야기하면서 현실과 꿈을 오간다. 장자의 꿈과 현실은 오늘날 사이버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상상력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성공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기업들이 바로 IT신화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일찍이 기원전부터 우주에 대한 꿈과 신화 이야기를 써대던 사람들 모두가 그렇다. 그리고 현대의 무형 문화의 소산인 영화·캐릭터 산업이나 온라인게임 산업 등은 그 대표적 범주에 속한다. 우리 온라인게임업체들의 창조성과 진취성도 그런 점에서 전 세계 IT기업들의 귀감이다.

최근 몇년간 우리가 세계적으로 그 위상을 드날리고 있는 로봇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고대 서양의 연금술의 결실이라는 로봇 호문클루스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움직이는 식탁, 청동거인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불가사리 등은 모두 로봇에 대한 선구자적 암시였다. 그 신화적 상상력을 일구어 세계적 성과인 휴보 등을 만들어 낸 우리의 지혜와 창조성은 결코 다른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비즈니스 영역을 깨는 것 같은 참신성과 파격이 이 웹 2.0시대에 특별히 요구되는 덕목일지도 모른다. 기존 성과를 깨뜨리되 기본을 깨지 않는 사고다. 그러한 ‘사고의 틀을 깨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는 것을 증명한 이들 또한 이 시대의 경제를 일깨우는 천재다. 2000년 꺼진 인터넷 거품의 불씨를 살린 구글의 아이디어와 결행력은 많은 이들의 꿈을 일깨웠다. 우리나라에서도 픽스카우·곰TV·그래텍 등의 모델이 등장했다.

우리는 또 창의성으로 역경을 극복한 많은 천재도 숱하게 경험해 왔다. 역경을 헤친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천재성을 읽으면서 다시 일어설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화려한 PC의 신화에서 무너졌다가도 다시 일어나고 또 무너졌다가 결국 아이튠스로 일어나는 시지프스의 신화같은 모습에서 우리는 그의 창조적 사고와 열정, 혁신의지를 읽고 환호하게 된다.

하지만 반도체 진화의 비전을 제시한 고든 무어의 상상력과 기술을 뛰어넘은 황의 법칙의 황창규, 세계 최고의 휴대폰 기업을 거침없이 위협하고 있는 세계 통신업계의 기린아이자 열정의 인간 이기태, 인터넷의 아버지인 톰 버너스리, 무한한 통신자유의 태양을 많은 이들에게 제공한 제리 양, 그리고 이를 더욱더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연 참여·공유 ·공개라는 웹2.0시대의 IT철학을 만든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나 래리 페이지 같은 이들만이 천재는 아니다.

이들과 협업하고 도우면서 세계적인 기업의 성과를 만들어가는 CEO와 종업원들 그리고 전공분야에서 묵묵히 정진하는 과학자들또한 천재다. 그들의 가슴 속에는 열정이란 창조의 불씨가 숨어있다.

추락했지만 꺾이지 않는 이들 또한 디지털시대의 천재들이다. 훌륭한 지도자를 도와주는 협업의 문화를 만들어 내는 이 또한 천재이자 이 시대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세계적 기업 IBM이 한때 흔들린 것은 기업이란 커다란 조직내에 있는 이들이 공동으로 만들어내는 천재적 기업문화가 스러졌기 때문이었다. 그들속의 불씨를 살려낸 CEO도 천재지만 이를 믿고 함께 그 성공작을 일궈간 사람들도 천재다.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은 특유의 천재 경영론을 펴며 천재 한 명이 10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라고 강조한다. 이 회장의 말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본다면 우리나라 4700만명의 인구를 먹여살리기 위해 0.001%의 천재 470명만의 경제일 수 있다. 그러나 그 470명을 도와주는 나머지 사람들의 도움 또한 이들 천재를 완성해 가는 데 절대적인 DNA임을 부정할 수 없다.

지난해 모진 어려움과 말 그대로의 풍파를 거친 우리기업들에 필요한 창의력과 혁신적 사고는 FTA라는 거센 파고와 중국과 인도란 거대시장을 보면서, 또 세계를 보면서 결의를 다져야 한다.

그러나 창조와 열정만이 천재는 아니다. 성장하기 위해 일보 후퇴해 본질을 직시하고 본분을 지켜낼 수 있는 데서도 우리는 천재성을 찾고싶어한다. 지난해 소니라는 위대한 기업의 CEO가 거듭 불량품을 내놓고도 이를 합리화했을 때 사람들은 실망했다. 시장과 고객은 50년간 세계 전자산업을 이끈 소니의 위대한 창조적 열정을 보고 싶어했다.

새해 자신에게 내재된 창조와 혁신의 DNA를 찾아 그 불씨를 살리는 우리 기업들에 위대한 한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이재구기자@전자신문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