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망령이 새해 문화부의 건전게임조성 의지까지 앗아가나.’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정부예산에서 청소년 건전 게임 문화 조성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돼 정부의 의지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특히 전문 시각을 가진 문화관광위원회가 통과시킨 예산안을 예산결산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삭감하고, 결국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건전게임 문화 조성 과제가 정치권에서 발목잡히게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28일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예결위는 새해 문화관광부 예산중 국제e스포츠 행사 지원 예산 10억원을 통째로 없애고, 청소년 건전게임 문화 조성 예산 총 20억원 중 7억원을 삭감해 확정했다.
올해까지 국제e스포츠 행사 지원과 청소년 건전게임 문화 조성 예산 30억원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을 통해 △청소년 관련 문화 프로그램과 프로모션 △교육 활동 예산 등으로 쓰여왔다. 이 돈이 내년에는 올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3억원으로 쪼그라들게 됐다.
◇바다이야기 망령…결국 내년 예산까지=업계에선 ‘바다이야기’ 사태가 결국 내년도 청소년 건전 게임문화 조성 예산에까지 칼질을 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검찰 수사선상에 여러명이 올라 있는 정치권에서 오히려 늘려도 못마땅 한 청소년 건전게임 문화 조성 예산을 줄이고 나선 셈이아니냐는 여론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예결위 위원들이 게임의 ‘게’자만 나와도 관련 예산을 잘라내려 했다”며 “기존 예산이 어떤 목적으로 쓰여지고 있는지를 가릴 것 없이 우선은 자르고 보자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업계 건전게임 조성 노력만으론 한계=엔씨소프트는 최근 5년간 총 60억원을 청소년 건전게임 문화 조성을 포함한 사회환원에 썼다. 내년부터 관련 정부 예산이 게임 회사 하나의 관련 투자규모에 불과했던 셈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결국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만으로는 청소년 건전게임 문화 조성이 더뎌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국회의 새해 예산 삭감에 대해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정책적으로 건전게임육성을 이끌고, 업계가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방식이 될 때야만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불안스런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게임업계 제재의 강력한 잣대로 항상 ‘청소년 보호’를 내세우는 정부가 청소년 건전게임 문화 조성을 위한 예산확보 노력에 무심하다는 비난을 들어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이사는 “건전한 게임 이용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은 어느 한 주체의 노력으로 완성되는 일은 아니다”라며 “회사 차원이나, 게임산업협회를 통해 묵묵히 노력하면서 관련 예산의 증액 및 정부의 강력한 업무 추진을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