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방송위원회가 우리홈쇼핑의 최다주주를 롯데쇼핑으로 변경토록 승인해줌으로써 롯데쇼핑은 염원하던 홈쇼핑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하루가 지난 27일 이인원 롯데쇼핑 사장이 우리홈쇼핑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사장은 중소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홈쇼핑은 본래 중소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홈쇼핑 승인을 받은 사업자다.
이 사장은 그런데 우리홈쇼핑 문제와는 무관한 질문, 즉 롯데백화점이 입점업체에 너무 과다한 수수료를 받는다는 지적에 대해 “100개 팔아주는 곳과 10개 팔아주는 곳은 다르며 100개 쪽이 (수수료가) 비싼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롯데백화점이 입점업체의 매출에서 30%대 수수료를 받으며 이런 고액 마진이 백화점 상품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있다.
이 사장의 경영 방침을 따른 것일까. ‘롯데의 우리홈쇼핑’은 최근 티브로드(태광그룹의 SO위탁사업자) 측에 최고의 TV홈쇼핑 입지인 S급 채널(지상파방송 사이에 낀 채널)을 달라며 예전 수수료의 배를 주겠다고 했단다. 티브로드의 담당자가 “우리홈쇼핑이 물을 흐린다”고 말할 정도다. SO 처지에서는 채널 수수료를 많이 주겠다는데 나쁠 게 없다.
홈쇼핑은 SO에 수수료를 많이 지급해 채널을 확보한만큼 홈쇼핑에서 물건을 파는 중소업체에 수수료 인상을 요구할지 모른다. 지금도 중소업체들은 홈쇼핑사업자의 판매 수수료가 너무 많다고 야단이다. 백화점의 입점업체와 달리 홈쇼핑에서 물건을 파는 중소기업은 상품 가격 인상으로 활로를 찾기 힘들다. 홈쇼핑, 특히 우리홈쇼핑에서는 ‘품질은 좋지만 브랜드가 약한 중소기업 제품의 저가 경쟁력’이 힘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으로서는 롯데가 돈을 주고 S급 채널을 확보해도 그 부담을 중소기업 수수료로 전가시키지 않기를 기대해야 한다. 행여 롯데의 S급 채널 경쟁 참여로 다른 홈쇼핑사업자도 덩달아 채널 확보 비용이 많아진다 해도 ‘중소기업 수수료 인상’ 검토만은 없기를 중소기업은 바랄 뿐이다. 또는 SO가 홈쇼핑이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흔들리지 말고 적정 가격만 받기를 기다려야 한다. 아니면 롯데에 최다주주 변경 승인을 내준 방송위원 9인이 혹시 있을지 모를 이런 사태에 대해서 미리 대책을 세워놓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성호철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