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계가 새해를 맞았다. 올해는 어떤 물결이 밀려올까.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한 재도약을 꿈꾸는 IT산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2007년 IT산업을 다섯 개의 키워드로 풀어본다.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통신·방송 융합이다.
통신과 방송의 정책과 규제를 아우르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설립은 올해에도 뜨거운 관심사다. 지난해 10월 방송통신융합추진위(융추위)가 방송위와 정보통신부의 일대일 통합안을 발표하면서 급물살을 탔던 방통위 설립은 국회로 공이 넘어가면서 불투명해졌다. 올 상반기 설립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하반기 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방통위 설립 자체는 정부 조직 문제다. 그렇지만 기존 규제에 꽁꽁 묶인 통·방융합 산업계의 숨통을 열어주려면 통합규제기구 설립은 빠를수록 좋다. 시기는 물론이고 설립 여부만이라도 확실히 나와야 산업계는 움직일 수 있다.
일단 법제화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융추위 안을 바탕으로 만든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해 12월 28일 차관회의를 통과했다. 올해 초 국무회의를 거쳐 곧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정부는 2월 심의를 거쳐 4월 이후에 법 통과를 기대했다.
문제는 통합의 당사자인 방송위가 뒤늦게 법안에 반대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도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혀 논의에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연말 대선까지 맞물리면 험난해진다. 그렇지만 통·방융합이라는 큰 흐름에 대해서는 이들 모두 동의해 법제화 가능성은 높다.
기구 통합뿐만 아니라 융합서비스와 관련한 법제화도 관심사다. IPTV 등 융합서비스는 통신시장의 새로운 수요 창출뿐만 아니라 국내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추세 등을 볼 때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구 개편안을 마무리한 융추위가 차기 논의과제로 ‘IPTV 법제화’를 꼽은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융추위는 지난해 말 정통부와 방송위가 함께 IPTV 도입을 위한 합의안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합의안은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당시 융추위는 합의안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직접 방향을 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부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노준형 정통부 장관은 “융추위 출범 시 과제는 통합규제기구, 디지털 전환 활성화 촉진, IPTV 세 가지였는데 통합기구부터 논의한 것은 아무런 공감대도 없이 IPTV부터 논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통합기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해 1월 IPTV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위와 정통부는 IPTV의 성격, 소관 법률, 사업권역, 통신사업자 진입 제한 등 쟁점을 해결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말 공동 시범사업을 실시하면서 일보 전진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
*IPTV 등 융합서비스 봇물
통·방융합과 관련해 가장 직접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서비스다. 그동안 방송과 통신이라는 각각의 울타리에서 제한된 서비스 상품만을 출시해 왔으나 새해에는 통신·방송의 속성이 혼재된 다양한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부각되는 IPTV·DMB·와이브로·HSDPA 등의 차세대 서비스도 사실 통신과 방송이 융합된 미디어 서비스 성격을 띠고 있다.
이 가운데 IPTV 상용화는 가장 큰 관심거리다. 최근 40여일간 진행한 시범 서비스를 통해 기술적인 검증 등은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법제화 문제가 마지막 관문으로 남아 있다. KT는 법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언제든지 시작할 준비가 됐다. 다만 법제화 시기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통부도 새해 정책과제로 IPTV 제도화를 꼽았지만 방송위 등과의 조율이 필요해 시기를 단정하기는 섣부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KT는 IPTV 서비스를 어떤 식으로든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TV로 메신저도 하고, UCC를 즐기는 등의 IPTV류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융합 서비스뿐만 아니라 통신·방송 간 결합상품 출시도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소비자가 커피숍에서 샌드위치도 먹고, 인터넷을 하고, 잡지를 골라 읽듯이 사용자 선택폭이 넓어지게 되는 것이다. ‘초고속+시내전화+이동전화’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이른바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와 IPTV나 와이브로 등 신규서비스까지 경쟁하게 되면서 소비자는 가격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사업자도 개별 상품 출시와 가입자 유지에 따르는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생산자·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통부는 올해 1분기에 결합상품 고시를 내놓을 방침이다. 지배적 사업자인 KT가 가격인하를 전제로 한 결합상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KT는 내년에 5∼10종 결합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초기부터 공격적인 마케팅보다는 시장반응을 점검해 마케팅 수위를 점차 높여간다는 전략이다. 물론 SK텔레콤·LG데이콤·하나로텔레콤 등도 결합상품 출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유선시장의 절대강자인 KT가 참여하는만큼 파장이 클 것으로 보고 KT 출시 이후 시장상황을 평가해 대응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통신·방송 사업자간 제휴 활기
올해 결합판매를 시작으로 통신과 방송을 융합한 서비스가 활성화하면서 사업자 간 제휴도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방송 플랫폼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통신플랫폼으로 방송을 제공하는 초기 융합단계였다면 올해에는 사업자가 제휴해 서로 기술과 상품을 연계하는 진정한 융합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최근 서울 지역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씨앤앰이 인터넷전화 기술 접목을 위해 SK텔링크와 공동으로 파일럿 테스트에 들어간 것은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한다. 이미 아름방송은 삼성네트웍스와 인터넷전화 협력을 타진한 바 있다. 인터넷전화 부문은 방송사업자에는 방송+초고속+전화의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를 완성할 수 있는 상품이어서 양 진영 사업자 간 제휴가 가장 활발해질 분야로 주목된다.
방송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통신사업자 역시 방송 사업자와 제휴가 불가피한 선택 중 하나다. 하나로텔레콤은 이미 지역 SO들과 초고속인터넷과 방송의 영역을 상호 나눠 영업하기로 했으며 한국DMB와는 콘텐츠 교류 계약을 했다. 초기에는 주로 콘텐츠 교류 분야의 제휴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컨버전스가 가속될수록 기술과 상품까지 결합한 제휴도 잇따를 전망이다. KT가 위성방송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와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방송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인 것도 통신·방송 간 기술 접목 모델 중 하나다.
이동통신 분야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어떤 사업자와 제휴할 지도 새해 최대 관심사다. IPTV 등 방송 진출뿐만 아니라 결합상품 시장에 대비해 유선 및 방송 연계 상품 개발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로텔레콤이나 MSO 등 타사업자를 인수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무선 통신 사업자를 모두 보유한 KT그룹이나 LG그룹은 계열사 간 교류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약한 고리를 보강하기 위해 미디어업체와의 협력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누가 어떤 형태로 어느 사업자와 제휴하느냐는 새해 통신방송업계 판도를 읽는 나침반인 셈이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