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10년, 좀 더 길게는 15년 후에는 무얼 먹고 살 것인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만이 갖고 있는 고민이 아니다. 미래 먹거리 확보는 이제 모든 기업이 공감하는 숙제이자 돌파구다. 글로벌화가 대세인 요즘, 경쟁은 기업 간 문제를 넘어 국가 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가간 경쟁에서 참여정부도 손을 놓고만 있진 않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했을 때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필수다. 정부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기업이 쑥쑥 자랄 수 있는 영양분 풍부한 토양을 제공하는 게 정부 역할이다.
참여정부는 지난해 말 미래 먹거리 산업의 토양이 될 만한 의미 있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중심으로 그동안 행정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전개해 온 44개 연구개발(R&D) 계획과 기술전망, 해외 주요국 정부 R&D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중장기 분야별 R&D 투자 조정방향을 제시한 ‘국가 R&D 사업 토털 로드맵(중장기 발전전략)’이 그것. 1년 남은 참여정부의 R&D 전략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차기 정부로 이어질 수 있는 가교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청사진을 마련, 지난해말에 열린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심의, 확정했다.
토털 로드맵은 단기적으로는 차질없는 성장동력 확충을 뒷받침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삶의 질 향상 등 사회적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하에 정부 R&D투자 분야별 조정방향을 담고 있다.
정부는 경제규모에 따른 한정된 재원 여건을 감안해 민간과 정부의 역할 분담을 통해 전략적으로 투자를 전개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국가 과학기술 역량을 근원적으로 확충하기 위해 정부 R&D를 기초·원천연구 역할에 집중시키는 한편, 미래 기술의 주요 방향인 기술 간 융합현상에 대해 체계적이고도 전략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민간부문의 R&D 역량이 성숙한 정보·전자 분야 등은 정부의 투자 방향을 조정해 민간이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 R&D투자 포트폴리오를 단계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향후 5년을 국민소득 2만 달러시대 안착기로 보고 성장동력 확충에 주력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보·전자, 기계·제조 공정 분야는 산업 보완적 역할이 강화되도록 투자를 조정하고 생명, 에너지, 환경, 기초과학 분야는 성장잠재력 확보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 투자를 늘려나가기로 했다. 또 6년 후∼15년까지는 3만 달러 시대 추동기로 보고 생명, 에너지, 환경, 기초과학, 소재·나노 등 신산업 창출이 가능하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
임상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국가 R&D사업의 효율성과 전략성을 강화하기 위해 토털 로드맵을 완성하고 90개에 이르는 특성화 기술을 집중 육성하고 기초연구 및 원천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한편, 융합기술 경쟁력 강화와 국가적 R&D 인프라의 전략적 확충, 국가 전략사업 기획 및 추진, 국가 R&D 계획 간 연계구조 강화 등을 중점 과제로 설정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전략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오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로 잡혀 있는 제 2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도 내용을 반영해 각 부처 R&D 계획을 전략적으로 조정, 차기 정부에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