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12월 21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 간 주요 전자정보통신(IT)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할까라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설문에 응답한 CEO들은 IT 업계에서 나름대로 대표적인 인물군에서 선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IT 업계 CEO들이 어떠한 리더상를 원하는지, 그리고 차기 대통령은 IT 분야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쳐줄 것인지에 대한 기대 사항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조사는 본지 기업 데이터베이스를 활용, 기업 규모 분야별로 100개 업체를 선정해 전화 및 e메일로 응답을 받았습니다. 편견과 선입견 배제를 위해 응답 예제를 주지 않고 다음과같은 문항으로 주관식 설문을 실시했습니다. 지지 이유 및 대통령의 과제 등은 분석을 위해 10∼11가지로 재분류했습니다.
<질문>
(1)IT 대통령으로 누가 적합한지 (경제, 사회, 문화, 체육 등 분야를 불문하고) 한 명만 말씀해주십시오.
(2)위 사람을 IT 대통령감으로 지목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3)차기 대통령이 시급하게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IT CEO들은 차기 IT 대통령감으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 유명 인물을 지목했다. 여기서 누가 1위가 됐는지보다는 왜 1위를 차지했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 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 선거가 1년 정도 남은 시점에서 IT 업계를 부흥시킬 리더로서 어떤 덕목이 중요한지, 또 IT CEO들이 어떤 정책을 원하는지 청취해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IT CEO들은 이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차기 대통령에게 원하는 것도 경제 활성화다. 기업인들답게 경제 부흥에 ‘올인’해 달라는 주문이다.
IT CEO 100명 중 25명은 자신이 특정인을 대통령감으로 꼽은 이유로 그 사람이 ‘기업인’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영과 경제에 대해서 알 뿐 아니라 산업계가 요구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IT 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높아서 특정인을 지지했다는 의견도 20명에 달했다. 차기 대통령은 ‘정치 전문가’보다는 ‘경제, IT, 산업 등의 전문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박찬욱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기업인 이미지, 행정관료 재임시 업적, 정책 전문가 이미지가 선정의 기준이 된 것 같다”며 “IT산업이 성장 주력산업일 수밖에 없고, 경제의 핵이기 때문에 경제라는 큰 맥락에서 앞으로의 사회와 경제를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전 서울시장이 IT CEO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전시장을 지지한 47명 가운데 38.3%는 그가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을 꼽았다. 경제마인드(17%), IT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10.6%) 등이 3위와 4위로 꼽힌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이는 다른 후보의 지지 사유와도 유사하다.
진대제 전 장관도 IT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45.5%)이 높고 기업인 출신(27.3%)이라는 점 때문에 지지를 받았다.
IT CEO들이 중요시하는 또 다른 덕목은 추진력 및 리더십(15명), 과거 정책 성공 사례(7명) 등이다.
이 전시장 지지자 중 27.7%는 그가 시장 재직시절 보여준 추진력과 리더십을 높이 샀다. 손 전 지사의 지지 사유도 지사 시절에 정책 성공을 실제로 보여줬다는 점(35.7%)이 가장 많았다. 차기 대통령은 탁상공론형이 아닌 ‘실천형 리더’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되든 간에 경제 살리기에 주력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21명의 ‘IT CEO는 IT 산업 및 경제 육성’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으며, 규제 완화 및 정책의 일관성을 주문한 사람도 19명이나 됐다. 그동안 기업 경영하기 힘들었는데, 이를 개선해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13명은 차세대 먹거리 개발을 위해 신성장동력을 만들어내고 연구개발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중소벤처가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소수 견해지만 IT CEO답게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 사항도 있었다. 정부가 정부 물품 조달시 국산 SW 구매량 확대, 시스템 통합 등에서 최저가 입찰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또 꼭 필요한 사람이 없다면서 우수 인력 양성에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김규태·권건호기자@전자신문, star@
◆우리는 이런 대통령을 원해요!
디지털 강국 코리아를 살아갈 젊은이들은 어떠한 대통령을 원할까? 이 시대의 젊은 IT인들은 앞으로 희망을 갖고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했다. 힘들더라도 꿈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정치적 안정·생산적 리더십 바란다=LG상사에 다니는 강병국씨(35)는 차기 대통령은 정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통 큰 대통령을 기대했다. 강씨는 “어떤 상황에서든 모두가 ‘윈윈’ 하는 구조로 정치가 도약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갈등과 대립이 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생산적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문화 중심지로 부상시켰으며=인터넷 회사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근무하는 박현정씨(30)는 ‘정보통신 인프라 강국’에서 이제는 ‘정보통신 문화 강국’을 일굴 수 있는 일꾼을 희망했다. 박씨는 “정보통신에서 비롯된 새로운 문화 현상에서도 세계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문화적 비전을 내세우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뽑혔으면 한다”고 전했다.
○…일자리 고민이 없는 세상을=서강대학교 화학공학과 4학년 김규동(29)씨는 일자리 문제를 지적했다. 김씨는 “열심히 공부해도 일할 자리가 없어 젊은이들이 총체적으로 좌절하고 있다”며 “일하면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주는 지도자를 다음 정권에서는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풍토돼야 =벤처기업가인 문태화(34) 브레인박스 대표는 최근 부동산 광풍에 온 국민이 매달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문대표는 “가장 훌륭한 재테크는 자기 분야에서 자신의 업무를 최대한 열심히 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고 일하는 사람이 존경받고 부자가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경제 디자이너의 출현을 꿈꾼다”고 답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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