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라디오가 드디어 쇼윈도에 나타나게 된다. 금성사는 오는 11월 15일경부터 전국 상점에 일제히 라디오를 공급한다. 약 300명의 종업원이 일하는 현대적 시설로 한 달에 3000대를 만들 수 있는데, 모양은 요즘 외국에서도 유행하는 탁상형 최신형으로서 성능에 있어서 결코 같은 형의 어떠한 외국산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부터 47년전인 1959년 11월 4일자 국제신보는 LG전자(당시 금성사)가 우리나라 최초의 라디오를 출시한다는 기사를 흥분된 목소리로 이렇게 소개했다. LG전자의 역사는 곧 혁신의 역사이자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1950년대 말 당시 LG전자는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국산 라디오 개발에 착수, 마침내 1959년 생산에 성공하면서 국내 전자산업은 첫 걸음을 밟았다. 지난 1962년에는 역시 우리나라 전자회사 가운데 최초로 미국 시장에 라디오를 수출했다. 이때가 국내 IT 기업의 수출 원년인 셈이다.
지난 반세기동안 LG전자가 성장·발전을 거듭해 온 배경을 말할 때 그 출발부터 간직되어온 이같은 개척자 정신, 즉 혁신 마인드 전통을 빼놓을 수 없다. LG전자의 가장 큰 저력으로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독특한 경영스타일을 꼽을 수 있다.
일례로 한중 수교 직후인 지난 1993년에는 한국 기업 최초로 중국시장에 진출해 공장을 설립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또 지난 1990년대 후반 브라질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을때 세계적인 기업들은 철수하기 바빴지만 LG전자는 브라질 시장의 잠재력을 놓치지 않고 현지 시장을 지킨 덕분에 현재 국민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인터넷 냉장고’를 출시한 것이나, 중동 지역에 ‘메카 폰’을 선보인 또한 세계 전자업계에서는 생소한 일이었다. 새로움을 창조하려는 도전정신을 앞세워 아무도 짊어지려 하지 않는 ‘위험’도 기꺼이 감수해 왔음을 보여준다.
덕분에 LG전자는 해외 시장에서도 ‘가장 현지화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소비자들이 원하면 무엇이든 만든다’는 정신으로 세계 각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특유의 혁신 정신으로 국산 1호 라디오를 개발한 뒤 냉장고, TV, 에어컨, 세탁기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을 국내 처음 탄생시키면서 대표 전자회사로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굳히게 됐다. 지난 1978년에는 한국 전자업계 최초로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수출만이 살 길’이었던 당시 국민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다.
창사이래 지난 49년 역사에서 LG전자의 혁신은 계속됐다. 지난 1982년 10월8일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의 ‘LGEAI’ 공장에서는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국 기업 최초로 해외 공장에서 TV를 생산하게 된 역사적 순간에 전 직원들이 올린 환호성이었다. ‘이는 메이드인USA’ 마크가 새겨진 LG전자의 첫 제품이기도 했다. 당시 LGEAI 공장은 현재 80여개로 늘어난 해외 법인과 40여개의 지사를 갖춘 글로벌 기업, LG전자의 첫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지난 1990년대말 IT혁명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LG전자는 이제 아날로그 기업에서 ‘디지털 LG’로 또 한번 대대적인 혁신에 나선다. 디지털TV 수신용 IC칩셋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60인치 PDP TV와 인터넷 냉장고를 최초로 출시하는 등 세계 IT 시장에서 굵직굵직한 성과를 이어갔다.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LG전자는 CD ROM 드라이브 시장 진출 4년 만인 지난 1998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했고, 에어컨, CDMA WLL 단말기, 홈시어터, DVD플레이어, PDP 패널 등을 줄줄이 세계 일류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LG전자는 다시 한번 무한 1위를 향해 혁신의 몸짓에 한창이다. 지난 2004년 1월 ‘Global 톱 3’에 오른다는 원대한 비전을 수립하고,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확실한 일등 제품과 일등 기술을 창출하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홈 어플라이언스 사업을 비롯해 차세대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일등을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이제는 일등이 아니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과 지금까지 다져온 사업역량을 바탕으로 ‘충분히 도전해 볼 만 하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목표다.
미지의 분야를 끊임없이 개척해 왔던 도전정신으로 LG전자는 언제나 국내 전자산업의 맏형이었고,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날로그 시대 라디오를 탄생시킨 혁신 정신이 앞으로 펼쳐질 디지털시대에 LG전자를 또 한차례 업그레드시킬 것이라는 게 안팎의 기대다.
*50년간 반짝이는 별 뒤엔 `혁신활동`
LG전자가 지난 50년 가까이 영속적으로 성장, 발전해 온 동력이라면 하나같이 내부 혁신활동을 꼽는다. 특히 혁신활동으로 인한 성과는 급격한 시대의 변화기나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해 그때마다 자신감과 지혜, 용기로 표출되곤 했다.
지난 1980년대 후반 닥쳤던 위기가 대표적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원화절상에 어려움을 겪던 LG전자는 창사이래 처음 전대미문의 노사분규에 휩싸이게 된다. 경쟁사들은 이때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면서 LG전자는 일등의 자존심에 치명타를 입기도 한다. 하지만 고비는 기회일 수도 있다고, 당시 겪었던 노사갈등과 상처는 이후 LG전자의 노사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됐다.
위기를 돌파한 LG전자는 1990년대 들어 총합생산성관리(TPC) 활동, ‘3BY3’(3년에 3배의 생산성 배가) 운동 등 대대적인 현장혁신 활동을도입하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어 LG전자의 대표적인 혁신 프로그램인 ‘TDR(Tear Down & Redesign)’ 운동이 마침내 시작됐다.
지난 1995년 당시 도입한 TDR 운동은 ‘(기존의 모든 것을)찢고 새롭게 디자인한다’는 의미의 비용최소화·생산성향상 프로그램. 다양한 구성원들이 기능별로 분산된 지식을 통합, 설계-생산-마케팅에 이르는 전 단계에 걸쳐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꾸준히 창출하자는 과제 해결형 프로그램이다. 당초 생산성 극대화, 비용 최소화 활동이었던 TDR 운동은 나중에 LG전자내에서는 ‘피눈물이 날 때까지 고민해야 목표에 도달하는 방’이라는 의미로 통용될 만큼 혁신을 위한 혹독한 내부 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덕분에 지난 10여년간 추진돼 온 LG전자의 TDR 운동은 여러가지 지표로도 확인될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DA사업본부는 에어컨·세탁기·리빙사업부 제품을 10초다 한대꼴로 만들어내는 이른바 ‘10초라인’을 실현했고, 특히 핵심부품인 컴프레서의 제조원가를 20%나 줄여냈다. 또한 에어컨 사업부의 경우 협력사를 인근 주변 입지로 적극 유도함으로써 납기를 과거 일주일에서 지금은 3일 정도로 대폭 감소했다.
초콜릿폰 또한 TDR 활동을 통해 글로벌 히트상품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초콜릿폰의 TDR활동은 연구개발(R&D), 생산, 디자인, 마케팅 등 각 분야에서 40여개의 TDR 팀에 500여명이 참가했으며, 국내외 마케팅 조직까지 대거 총 동원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LG전자는 올해만 해도 총 1343개의 TDR 팀을 운영하면서 전 직원의 3분의 1 가량인 1만3000명이 혁신 활동에 참가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LG전자 경영혁신팀 최경석 상무는 “TDR 혁신활동은 갈수록 더 확대·강화되고 있다”면서 “결국 이런 노력들 덕분에 초콜릿폰이나 타임머신TV 같은 글로벌 히트상품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LG전자 혁신의 산실은 바로 혁신학교
LG전자의 혁신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은 혁신의 산실로 불리는 ‘블루오션 혁신학교’다.
지난 2005년까지 운영해 왔던 혁신학교에 전 직원들이 거쳐갈 정도로 ‘혁신’ 교육에 온 관심을 기울여왔던 LG전자는 지난해 7월부터 이를 블루오션 혁신학교로 한단계 업그레이드한다. 혁신 마인드에다 창의성을 가미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경기도 평택 사업장에 개설된 블루오션 혁신학교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와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지성과 감성을 일깨운다.
학교의 첫 과정인 ‘승선식’은 실제로 배를 타고 여행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한뒤, 참가자들의 마음과 머리를 완전히 새롭게하는 준비운동 단계다. 이어 진행되는 ‘상상플러스’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디지털카메라에 담아 오는 창의력 훈련이다. 교육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누가 더 새로운 시각을 발견했는가를 판단하기 보다 이제껏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된다.
가장 돋보이는 과정은 ‘크루즈 더 블루오션’. 여기서는 블루오션의 성공모델로 꼽히는 실제 사례들을 면밀히 분석해보고 LG전자의 제품들을 대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태 신제품을 만들어본다. 온라인으로 접속하는 ‘사이버 월드’는 세계 각국의 블루오션 사례들을 총망라한 정보 창고 과정이다. 특정 제품에 대한 국내외 시장상황은 물론 세계 각지의 이색 문화 정보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체험해 볼 수 있다. 참가자들이 제안한 참신한 아이디어도 함께 저장된다. 신제품 개발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이 교육과정의 백미인 셈이다.
아무리 눈길을 끌었던 아이디어라도 고객 가치를 염두에 두지 않고는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도 동영상을 통해 체험하게 된다.
마지막 과정인 ‘싱크 탱크’ 활동은 ‘끈임없이 생각하기’다. 명확한 현실 인식과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 개선점에 대한 공감대, 지속적인 사고학습을 통해 블루오션 혁신학교는 ‘혁신적인 LG전자인’을 배출해 낸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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