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15일까지 닷새 도안 국내 IT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2007년 경기 전망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본지 기업 데이터베이스에서 150여 업체를 선정, 설문지를 보냈고 이 가운데 유효한 응답 109개를 대상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를 IT 기업 전체로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올해 IT 업계 CEO의 인식을 살펴보는 일은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설문 기획 및 분석에 조사전문기업인 엠브레인리서치가 함께했습니다.
국내 IT업계 CEO들은 올해 국내 경기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세계 경기가 비교적 양호했지만 우리나라 경기는 역주행을 했다. 올해도 그다지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전망한다. IT CEO들은 세계적인 결제 통화인 달러화와 엔화의 가치 하락이 계속돼 수출 경기도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그래도 IT가 희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아무리 경기가 어렵더라도 IT 분야만큼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 최고경영책임자(CEO)가 많았다. ‘변화와 혁신’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창조 경영’ 등을 올 한해의 경영 화두로 삼고 역경에 맞서 싸운다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경기 ‘빨간불’, IT 경기는 ‘파란불’=조사에 응한 IT CEO들 가운데 거의 절반가량(46.8%)이 올해 경기가 지난해에 비해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견해는 31.2%며, 좋아질 것이라는 의견은 22%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경기 성장률이 대략 4% 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4명 중 3명이 내년에도 ‘안 좋거나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셈이다.
매출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경기 전망을 어둡게 봤다. 3000억원 이상 매출 규모 기업의 경우 58.8%가 악화전망을 냈다. 이에 비해 3000억원 미만, 100억원 미만 기업 CEO들은 각각 42.1%와 42.9%가 비관적으로 답했다. 박두규 G경영연구소장은 “대기업일수록 데이터에 의존한 예측 결과를 내고 있어 중소 벤처 기업에 비해 비관적인 견해를 낸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계속된 경기 불황이 국제통화기금(IMF) 시절보다는 나은 상황(55.6%)이라는 답변이 당시와 유사하다는 의견(23.6%) 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 IT CEO들은 최근 경기 상황이 IMF 때처럼 어렵게 느끼지만 절망적인 상황 까지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IT 경기에 대해서는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34.9%)이 악화될 것(30.3%)이라는 견해를 앞질렀다.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의견도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과 같은 비중(34.9%)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지만, IT 분야가 전반적으로 국내 경기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시장 부진과 엔·달러 하락이 문제=IT CEO 들이 꼽은 사업의 최대 걸림돌은 국내 경기문제(50.5%)며 다음으로 국제 경제 문제(27.5%)를 꼽았다. 경제적인 환경에 대한 문제가 78%를 차지한 것이다. 정치적 혼란 등은 10% 미만으로 나타나 정치 이슈와 경제 문제에 대해서 구분해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수출이 주요 먹거리인 기업들은 환율 문제가 올해 농사의 주요 변수로 다시 등장했다. 수출 비중이 큰 40개 업체 CEO들은 달러 가치가 계속 하락(72.5%)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 위험 대처 수단으로는 수입 수출 결제 대체하는 방식(37.5%)이 가장 많았으며,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한 곳(12.5%)도 있었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를 바닥으로 하반기에 회복세 진입 예상되기 때문에 인내가 필요하다”며 “원화절상에 대비해 금융환율 방지책(헤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과 수출로 극복=IT CEO들은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35.8%)해 불경기를 탈출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력 채용 계획이 있는 97개 응답 회사 중 60.8%가 R&D 인력을 증원할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견해를 뒷받침했다. CEO들의 이러한 응답은 기본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기업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원용찬 전북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기초 다지는 시기로 삼아야 한다”며 “R&D 투자를 늘려 탄탄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관 극복 방법으로는 해외 신시장 개척(26.6%)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해외 진출 강화 희망 지역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한 76개 업체 중 31.6%는 중화권을, 25.4%는 미주 대륙을, 18.4%는 유럽 지역이라고 답해 전통적 수출지역에 대한 선호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그동안의 시장이 아니라 독립국가연합(CIS)·아프리카·중동·인도 등의 시장을 개척, 수출 시장을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근본적인 개선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어려움 극복 방법으로 정부의 규제 완화나 각종 지원 등 대한 응답은 각각 13.8%와 6.4%로 나타나, 더는 정부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 목표는 높게 잡아=IT CEO들은 다소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도 매출 목표를 높게 잡고 있다. 4개 기업 중 하나는 매출 성장률을 20∼30%로 잡았다. 10∼20%라는 응답은 17.4%로 두 번째로 많았다. 100% 이상 성장을 목표로 잡고 있는 회사도 14.7%나 됐다.
대체로 기업 규모가 작은 벤처 기업일수록 고성장을 기대했다. 100억원 미만의 중소 벤처 응답자 28개의 경우, 35.7%가 100% 이상 성장을 자신했으며 28.6%도 매출 목표를 지난해 대비 50% 이상 높였다.
이 같은 성장을 위해 설문 참여 기업 109개 중 32.1%가 1년 이내 현실화될 수종 사업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43.1%는 향후 3년 내에 현실화될 수종 사업이 있다고 했으며, 3.7%는 5년 뒤 수종 사업이 있다고 답해 대체로 단기적인 사업 위주로 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종 사업이 없다는 의견도 14.7%로 나타났다.
IT CEO들이 꼽은 올해 유망한 사업분야로는 △게임 및 콘텐츠 분야(25.7%)가 가장 많았으며 △통신 및 인터넷 서비스(21.1%)가 뒤를 이었다. △통신장비 및 단말기(15.6%) △반도체 및 일반 부품 등 하드웨어 분야(14.7%) 등으로 나타났다. 방송 및 미디어 분야가 유망하다는 답변도 11.9%에 이르렀다. 이에 비해 순수 소프트웨어 개발이 유명하다는 응답은 0.9%로 미미했다.
◇벤치마킹 대상은 국내 ‘삼성전자’, 해외 ‘GE’=본받을 만한 대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국내에서는 삼성전자(15.6%), 해외에서는 GE(6.4%)가 가장 많이 꼽혔다.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 외에 삼성(8.3%), 삼성전기(0.9%), 삼성SDS(0.9%) 등 삼성계열이 모두 25.7%를 차지했다.
국내 벤처기업으로서는 안철수연구소가 3.7%로 벤처 중에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외국기업에서는 GE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가 5.5%, 시스코시스템스가 3.7%를 차지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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